제174화
다른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는데도 송서아는 여전히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오찬은 조금 짜증이 났는지 창문을 내리고 밖을 향해 쏘아붙였다. 
“얻어 탈 거면 빼지 말고 타요. 탈 거예요, 말 거예요? 안 타면 우리 그냥 가요.”
송서아는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는 오찬을 한쪽으로 곁눈질하며 싸늘한 눈빛을 더 조였다. 
“내가 당신과 그렇게 친했던가요? 아까부터 줄곧 혼자 말을 걸고 있기에 내가 당신에게 대답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내 다른 행동이 당신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나요?”
“뭐라고?” 
오찬은 갑자기 터져 나온 송서아의 기세에 멍하니 송서아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송서아의 직설적인 태도와 경멸은 오찬의 체면을 발밑에 깔고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찬은 순간 격분하여 송서아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야, 너 차 탈 거야, 안 탈 거야! 좋게 도와주려 했더니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네. 너같은 사별한 사람, 나는 데리고 가기도 싫어. 재수 없잖아.”
오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윤미는 아침에 보았던 그 롤스로이스에서 한 남자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키가 187센티미터쯤 되어 보였는데 마치 잡지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모델 같았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어떻게 보아도 CK 광고판에서 튀어나온 모델처럼 보였다.
김원우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말이 오가는 쪽으로 다가왔고 발걸음은 꽤 급해 보였다.
펄럭이는 흰색 셔츠 아래로 잔잔하게 잡힌 복근과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이 엿보였다.김원우는 셔츠의 소맷단 단추를 풀더니 소매를 팔뚝 위로 끌어 올렸다.
원래 같으면 송서아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그 손을 주저 없이 쳐냈어야 했다.
하지만 김원우는 잠시 망설인 끝에야 손을 쳐냈다. 
자신의 손으로 저렇게 역겨운 것을 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김원우를 충분히 불쾌하게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 더러운 손이 송서아의 코끝을 향해 계속 가리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 감히 이래라저래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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