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차 안의 숨 막힐 듯한 침묵을 먼저 깨트린 건 송서아였다.
그녀가 별을 박은 듯한 눈으로 김원우를 올려다보며 추측했다.
“저한테 묻은 물감들 때문에 그렇게 짐작하는 거죠?”
‘역시 원우 씨야.’
송서아는 남자의 예리한 관찰력에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김원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대답을 바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김원우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고개를 저었다.
그가 비밀을 담은 듯 은은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송서아와 시선을 마주하며 낮게 대답했다.
“아니, 스타일 보고 안 거야.”
김원우는 방금 떠나온 원더동물원의 벽화를 떠올리는 듯 조용히 송서아를 바라보았다.
황혼의 물결 아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 벽화는 투명하고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남자가 감탄과 애정이 뒤섞인 복잡한 눈으로 송서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가늘고 흰 손은 물감으로 얼룩져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공기에 노출된 탓에 피부 위에 자리 잡은 물감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조용히 송서아의 손을 매만지는 남자의 마음은 벅찬 감상과 아릿한 연민으로 일렁였다.
“참... 대단한 손이야.”
김원우는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미대에 다닐 때부터 갖가지 칭찬을 귀가 닳도록 들어온 송서아도 그에게서 칭찬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는 겸손한 성격 탓에 늘 남들의 호의라고만 여겼지만 지금, 남자가 건넨 짧고도 진중한 한마디는 송서아에게 그녀가 정말로 이 분야에 실력이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벽화 앞에서 흘린 땀과 고생이 사르르 녹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유지하가 보낸 송금 메시지였다. 송금 메시지 아래는 짧은 글이 딸려 왔다.
[선배님! 이건 저희끼리 얘기했던 보수예요!]
재빨리 화면을 곁눈질로 훑은 김원우가 메시지를 힐끔 훔쳐보았다.
“유지하? 남자애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송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러니까요. 분명 여자애인데 곽 변호사님은 왜 지하가 남자애인 것처럼 얘기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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