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송서아는 박유준의 눈빛에 담긴 진실한 동정과 가식적인 위선을 바라보며 단전에 역겨운 액체가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먹은 것이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박유준의 몸에 위액을 잔뜩 쏟아냈을 것이다. “철근과 시멘트를 다루는 노동자들에게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 봐요? 노동자들이 아니었다면 누가 아주버님께 경원타워를 지어줬을까요? 나이도 먹을 대로 먹으신 분이 말하기 전에 머리로 한 번 생각하는 건 못하시나요?” 박유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송서아가 박씨 가문에 앙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자신의 신경을 쿡쿡 찔러대는 거라 생각했다. “서아 씨.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당신이 이렇게 힘들어졌다는 게 중요한 거죠. 예전에 박씨 가문에 있었을 땐 이러지 않았잖아요! 서아 씨가 이런 힘든 일은 맡을 필요가 있었어요? 당신이 지금 얼마나 초라한지 알기나 해요? 차단 풀어요, 내가 돈 보내줄 테니까. 이제 이런 더럽고 힘든 일은 그만하라는 말이에요.” 박유준은 마치 정말 중요한 일이라도 하듯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는 송서아가 그에게 무릎 꿇고 굴복하며 자신을 차단 목록에서 해제해 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송서아는 박유준의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건 돈이 아니라, 박유준이 그녀를 계속 괴롭힐 수 있는 계약금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과거 제가 박씨 가문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지 않은 건 당신 집안이 아직도 썩어 문드러진 사상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당신 어머니인 민채원 씨는 며느리가 밖에 얼굴을 내미는 것 자체를 박씨 가문의 수치라고 생각했죠. 제가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남편이 현명하기 때문이고요.” 송서아는 거침없이 반박의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 이제 좀 비켜주시죠? 전 정말 이제 당신과 어떤 신체적인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아요. 혹시라도 만삭의 아내가 이 상황을 오해하고 흥분해서 또 태아의 상태가 불안정해질까 봐 걱정이네요. 전 박씨 가문의 귀한 대를 망쳤다는 책임을 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