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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송서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허가윤의 통곡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박유준은 급히 그녀를 품에 안고 송서아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이봐요 제수씨, 대체 왜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거죠? 잘못을 했으면 제대로 사과해야지, 뭐 하는 거예요 이게?” 송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도 어이가 없으니까 실소만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무례하다고요? 다 내 잘못이라고요? 그래요, 알았어요!” 송서아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 “다 내 잘못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내 방에서 꺼져줄래요 모두들?” 민채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아야,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너 이러면 가윤이 더 괴로워져.” 박유준도 마음이 초조해졌다. 병원에 있어야 하는 허가윤인데 갑작스럽게 돌아왔고 또 하필 이 광경을 목격하다니.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된다면 지난 한 달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언제 송서아의 곁으로 돌아갈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허가윤의 감정이 점점 더 격해지자 그는 마지못해 송서아를 노려봤다. 그의 눈빛은 송서아에게 맹렬하게 다가왔다. 한때 사랑 가득했던 눈빛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강요와 혐오가 독이 묻은 유리 조각처럼 그녀를 찔렀다. 박유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송서아는 침대 가장자리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 안 나간다면 제가 갈게요!” 문 쪽으로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했는데 뒤에서 허가윤의 원망 섞인 절규가 들려왔다. “어머님, 서준 씨! 동서 태도 좀 봐요. 잘못을 저질러놓고 뭐가 저리 당당해요? 내 배... 배가 너무 아파요!” 박유준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송서아를 거칠게 붙잡았다. 허가윤의 배 속의 아이는 무조건 무사해야 하니까! 그는 협박 조로 쏘아붙였다. “제수씨 아버님 일은...” 송서아는 고개를 돌리고 박유준의 낯선 눈빛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인간이 아빠의 일로 자신을 협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히 우리 아빠 협박해서 저 여자한테 사과를 강요해?’ 그야말로 ‘정의로운’ 박씨 일가였다. 송서아의 아빠 송정호의 일은 분명 백주현을 모셔다드리며 인정을 다 갚았다고 여겼는데 박유준이 이토록 비겁하게 나올 줄이야. 그는 마치 송서아가 아빠 일로 타협해줄 거라 확신한 것만 같았다. 송서아는 생리통을 꾹 참으며 임신으로 유난을 떠는 허가윤을 향해 몸을 돌렸다. “형님,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그녀의 태도가 누그러지자 허가윤의 얼굴에 의기양양함이 스쳤다. 하지만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박유준과 민채원을 향해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어머님, 서준 씨는 먼저 나가주세요. 동서랑 할 이야기가 있어요.” 민채원도 오늘 일은 송서아가 억울하다는 걸 알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가 없었다. 박씨 일가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사람은 바로 허가윤이니까. 임신을 못 하는 송서아는 그저 이런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존재였다. 박유준과 민채원이 나가자 허가윤은 거만한 눈길로 송서아를 바라보았다. 아까의 불편한 기색은 사라지고 다리를 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야, 송서아, 너 대체 뭘 믿고 나랑 맞서는 거야? 내 남편 뺏고 싶어? 고작 그 정도 외모로 가능할 거라 생각해?” 송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피해망상은 언제부터 시달렸어? 네 남편한테 일절 관심 없거든!” 다만 허가윤은 그녀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 밤 비행기 추락 소식에 허가윤은 충격으로 사지가 마비되었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았다는 말에 만약 자신의 남편이 죽었다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허씨 일가는 수년간 박씨 일가의 등골을 빨아먹고 살아왔다. 박씨 일가가 없으면 그녀의 집안은 일찌감치 빚더미가 쌓였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면 박씨 일가에서도 그녀의 친정에 대한 지원이 끊길 터이고 지금 이런 부잣집 사모님 노릇도 끝장나게 된다. 다행히 돌아온 것은 남편이었다.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걸 다시 거머쥐었으니 이제 더욱 굳건히 움켜쥐어야 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박유준은 이미 죽었으니 너도 더는 이 집안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 당장 네 집으로 돌아가. 안 그러면... 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송서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그까짓 수법? 쯧쯧. 눈 감겨서 못 봐주겠네. 걱정 마. 이제 곧 우리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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