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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조명이 모두 꺼지고 무대 옆 입구에 스포트라이트 하나만이 켜졌다. 우레 같은 박수에 김재현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었다가 다시 무심히 내리깔았다. 그때 빛과 그림자 속에서 가녀린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심플한 블랙 오프숄더 드레스가 마르고 곧은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틀어 올려 길고 우아한 목선을 드러냈고, 목에는 독특한 은빛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덩굴 같기도,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같기도 한 형태로 쇄골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조명 아래, 그녀의 얼굴은 투명할 정도로 창백했다. 차갑고도 눈부신 이목구비와 눈매에는 예전의 소심함과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깊이 가라앉은 평온과 심연 같은 고요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붉은 입술에는 웃음이 없었다. 그녀는 차분한 걸음으로 무대 중앙에 서서 마이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이코입니다.” 차갑고 거리감 있는, 그러나 아주 미세한 쉰 기운이 섞인 목소리가 최고급 음향을 타고 회장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 쨍그랑! 귀빈석 한쪽에서 유난히 또렷한 파열음이 울렸다. 김재현의 손에 들려 있던 수정 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다. 술이 그의 비싼 정장 바짓단을 적셨지만 그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좌석에 굳어 버린 채 전신의 피가 한순간 머리끝으로 치솟았다가 곧 사지 말단에서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귓속이 웅웅 울렸다. 박수, 웅성거림, 음악...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죽음 같은 정적만이 남았다.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무대 위의 그 사람에게 꽂혀 있었다. ‘환각인가? 나를 수없이 괴롭혀 온 그 환각인가?’ 아니었다. 무대 조명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고 그녀의 목걸이는 차가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쥔 손가락은 가늘고 희었으며 힘이 들어가 관절이 살짝 도드라져 있었다. 그녀였다. 이하린이었다. 더 말랐고, 더 창백했고, 눈에는 온기도 사랑도 없이 오로지 사람을 밀어내는 듯한 차가운 평정만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서 있는 자세, 사회자의 말을 들을 때 고개를 살짝 기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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