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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상대편은 몇 초간 침묵했다. “이하린 씨, 그렇게 많은 폭파 약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하린이 말했다. “언제쯤 받을 수 있죠?” “수량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빨라도 7일은 걸려요.” “알겠어요.” 이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7일 후, 제가 알려준 주소로 보내주세요.”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7일 후...’ 7일 후, 그녀는 김재현 앞에서 죽어 버릴 것이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었다. 이하린이 퇴원하던 날, 김재현이 찾아 왔다. 검은색 마이바흐를 몰고 병원 앞에 세운 뒤, 이하린이 나오자 차에서 내려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타.” 그가 말했지만 이하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 좀 가자.” 김재현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파티야. 기분 전환도 할 겸.” 이하린은 그를 올려다보며 갑자기 우스워졌다. ‘기분 전환? 온 가족이 다 죽었는데, 기분 전환?’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지 않으면 그는 강제로라도 데려갈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다. 파티는 개인 별장에서 열렸는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 인사들이었다. 이하린은 김재현의 옆에 붙어 있었지만 마치 인형처럼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 김재현이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넸다. “뭐라도 좀 먹어.” 이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말랐어.” 김재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네 어머니랑 오빠도... 네가 이런 모습으로 살기를 원치 않을 거야.” 이하린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엄마와 오빠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녀는 그를 몇 초간 똑바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케이크를 받아 한 입씩 먹기 시작했다. 김재현은 그녀를 보며 복잡한 눈빛을 보였다. “재현아!” 강한별이 다가와 그의 팔을 끼며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이하린을 훑어보았다. “왜 갑자기 저 여자한테 그렇게 잘해 줘?” 강한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두 명이나 가족을 잃어서 불쌍하다고, 설마 나보다 더 마음이 간 건 아니지?” 김재현은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적 없어.” 그는 강한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굳이 이런 시험을 만들지 않았다면 난 그 여자에게 다가가지도 않았어. 내 마음엔 너밖에 없어.” 강한별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다면, 남은 파티 동안은 저 여자가 나를 시중들게 해.” 김재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별아, 여기엔 직원들도 많잖아...” “난 꼭 저 여자가 해야겠어.” 강한별이 애교를 부렸다. “왜? 아까워?” 김재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하린을 보았다. 이하린은 그의 뜻을 알아챘다. 지금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경고였다. “알았어.” 이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한별 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강한별은 웃으며 말했다. “우선 호두 좀 까 줘요. 전 호두를 좋아하지만 직접 까는 건 싫거든요.” 이하린은 자리에 앉아 호두를 깠다. 껍질이 너무 단단해 손가락이 베였고 피가 배어 나와 호둣속을 물들였다. “어머, 피가 나네.” 강한별은 일부러 놀란 척했다. “그래도 참고 계속 까요.” 이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했다. 호두를 다 깐 뒤에는 게를 깠다. 날카로운 껍질에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번엔 케이크 좀 사 와요.” 강한별이 다시 말했다. “도시 서쪽에 있는 그 오래된 유명한 가게에 가서 사 와요. 틀리면 안 돼요.” 이하린은 게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우산도 없이 그녀는 그대로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케이크를 사서 돌아왔을 땐 파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옷은 흠뻑 젖었고 머리카락은 얼굴에 달라붙어 처참했다. 강한별은 케이크를 한 번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다 젖었잖아요. 안 먹을래요.” 그녀는 일어서며 말했다. “화장실 가서 드레스 좀 들어 줘요.” 이하린은 그녀를 따라 화장실로 갔다. 문을 닫자 강한별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하린,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아니었으면 넌 재현 같은 사람 근처에도 못 갔어.” 그녀는 세면대에 기댄 채 이하린을 훑어보며 말했다. “재현의 사랑을 받을 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똑똑히 기억해. 넌 그냥 도구야. 절대 괜한 마음 품지 마.” 이하린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그래야 할 거야.” 강한별은 냉소했다. “테스트가 아직 안 끝났거든.” 그녀는 갑자기 창가로 가 창문을 열었다. “다음은 투신 테스트야.” 강한별은 돌아서서 이하린을 보았다. “우리 같이 뛰어내려 보자. 재현이 누구를 먼저 잡을지.” 이하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강한별 씨! 여긴 3층이에요!” “3층일 뿐이잖아. 안 죽어.” 강한별은 웃었다. “기껏해야 다리 하나 부러지겠지.”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이하린의 손을 잡고 그대로 뒤로 몸을 던졌다. “악!” 두 사람은 함께 창밖으로 떨어졌다. 이하린은 필사적으로 창틀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벽에 파고들었고, 손톱이 부러지며 피와 빗물이 함께 흘러내렸다. 강한별 역시 창틀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떨어질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느슨하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저기 사람 있어요!” 비명과 함께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공중에 매달린 두 여자를 보았다. 김재현이 뛰쳐나와 이 장면을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재현아!” 강한별은 그제야 연기를 시작했다. “살려줘!” 이하린은 이를 악물고 올라가려 했지만 팔엔 이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다. 김재현이 아래에서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물론 강한별에게 가 있었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바람이 귀를 갈랐다. 이하린은 김재현이 손을 뻗어 강한별을 받아 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예상대로 땅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 쿵!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그녀는 피를 토하며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강한별이 김재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재현아, 역시 네가 나를 구할 줄 알았어...” “당연하지.” 김재현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별아, 의심하지 마. 내 첫 번째 선택은 항상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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