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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김재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강한별은 곧바로 더 큰 소리로 울먹이며 고개를 힘껏 저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김재현의 시선이 두 여자 사이를 빠르게 오가더니 거의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강한별을 가리켰다. “저 여자.” 납치범 우두머리는 턱을 까딱이며 부하에게 강한별의 결박을 풀라고 지시했다. 풀려나자마자 강한별은 울면서 김재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재현아! 너무 무서웠어!” 김재현은 그녀를 안고 곧바로 밖으로 나가며 이하린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하린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김재현이 강한별을 안고 창고 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밖에서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며 수많은 경찰이 들이닥쳤다. “움직이지 마! 경찰이다!” 납치범 우두머리는 얼굴이 확 변하며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김재현은 혼자가 아니었다. 분노에 찬 그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고 검은 총구로 바닥에 묶여 있는 이하린을 겨눴다. “조심해!” 눈 깜짝할 사이, 김재현은 거의 본능적으로 품에 안고 있던 강한별을 안전한 쪽으로 밀쳐내고 다시 몸을 돌려 이하린 쪽으로 뛰어들었다 탕! 총성이 울리자 김재현의 몸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하린의 앞을 막고 있었다. 총알이 그의 어깨를 꿰뚫으며 순식간에 값비싼 양복이 피로 물들었다. “재현아!” “김 대표님!”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경찰은 빠르게 납치범들을 제압했다. 강한별은 울면서 달려왔다. 김재현은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은 채 창백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이하린을 한 번 바라봤다. 그녀가 무사한 걸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순간 눈앞이 어두워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병원, 수술실 앞. 이하린은 복도 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몸에는 경찰이 덮어준 담요가 걸쳐져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수술 중’이라고 적힌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술실 불이 꺼지더니 의사가 나와 말했다. 김재현의 총알은 제거됐고 급소도 피했으며 위기를 넘겨 VIP 병실로 옮겨졌다고 했다. 이하린은 병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강한별이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안에서 울먹이며 따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현아! 왜 저 여자를 구한 거야? 왜 대신 총을 맞아 준 거야! 설마... 설마 저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거야?” “한별아, 헛소리하지 마.” 김재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내가 하린이를 구한 건 하린이가 죽으면 네 테스트를 계속할 수 없어서였어. 말했잖아. 난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끝내고 널 집으로 데려가고 싶을 뿐이라고.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난 못 믿겠어! 증명해 줘! 네가 저 여자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강한별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병실 안이 몇 초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이하린은 김재현이 특유의 차갑고 평온한 목소리로 문밖의 경호원에게 지시하는 소리를 들었다. “가서, 이하린을 데려와.” 이하린은 병실로 끌려 들어갔다. 김재현은 침대에 반쯤 기대어 있었는데 얼굴은 아직 창백했고 어깨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 강한별은 눈가가 붉어진 채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한별이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래.”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하린, 너 요 며칠 생리 중이지?” 이하린의 몸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굳었다.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김재현은 이미 시선을 돌린 채 경호원에게 담담히 말했다. “뒤뜰 얼음 호수로 데려가서 담가. 내 허락 없이는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해.” 이하린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김재현을 보았다. 그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깊고 고요한 눈빛은 마치 아주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덤덤했다. 강한별에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생리 중인 그녀를 얼음 호수에 담그려 했다. 이하린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소리는 낮고 가볍게 들려왔지만 눈물이 예고도 없이 흘러내렸다. “알았어.” 그녀는 쉰 목소리로 단 한 마디만 말했다. 그리고 병실 안의 그 누구도 다시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경호원을 따라 나갔다. 얼음 호수의 물은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 수천 개의 강철 바늘이 모공을 찌르고 뼈를 꿰뚫는 듯했다. 아랫배에서 끊임없는 통증이 밀려왔고 차가운 기운과 뒤엉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차가운 물이 가슴을 넘고 목을 지나 턱까지 차올랐다. 이하린은 이를 악물고 조금도 소리내지 않으려 버텼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 매 순간이 한 세기처럼 길었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눈앞이 점점 어두워졌다. ‘추워... 아파... 엄마... 오빠...’ 그녀가 거의 정신을 잃고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기 직전, 경호원이 마침내 그녀를 끌어올렸다. 이하린은 진흙처럼 축 늘어진 채 차가운 호숫가에 쓰러졌다. 그녀는 기침할 힘조차 없었다. “병실로 던져 넣고 죽지만 않게 해.” 경호원은 이어폰에 대고 김재현의 명령을 전달했다. 거칠게 끌려간 이하린은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이 들었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꿈속에서는 피투성이로 끌려가던 오빠의 모습,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엄마의 굉음, 자신을 도구라고 말하던 김재현의 차가운 얼굴과 득의양양하게 웃는 강한별의 표정이 끝없이 뒤섞여 나타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휴대폰 벨 소리가 그녀를 악몽에서 깨웠다. 그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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