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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하린 씨, 요청하신 물건 준비됐어요.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폭파 약 준비가 끝났다.’ 이하린은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간신히 일으켜 앉아 창밖의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엔 죽음처럼 차가운 공허만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김씨 가문 별장의 주소를 불렀다. 별장에 돌아왔을 때 폭파 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실에 앉아 기다렸다. 그때, 연기 냄새가 났다. ‘불났나?’ 그녀는 일어나 주방 쪽을 보았다. 불길은 빠르게 번져 거실까지 삼키고 있었다. 도망치려 했지만 문과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문 열어주세요!” 그녀는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불났어요! 안에 사람 있어요!” 문밖에서 가사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하린 씨... 죄송해요. 강한별 씨의 뜻이에요. 이하린 씨를 죽이라고 했어요.” 이하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강한별이 독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을 줄은 몰랐다.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짙은 연기가 그녀를 질식시켰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 했지만 눈앞이 아득해지고 손가락이 떨려 화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극도의 공포와 질식 속에서 그녀는 실수로 단축번호를 눌렀다. 김재현의 번호였다. “여보세요?” 김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재현...” 이하린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별장에 불이 났어... 나 못 나가... 제발... 나 좀 살려줘...” 전화기 너머는 잠시 침묵했다. “재현아.” 강한별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누구야? 이렇게 늦게...” “이하린이야. 별장에 불이 났는데 갇혔대.” “불?” 강한별은 적당히 놀란 척하다가 곧 위축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현아, 가지 마. 별장엔 가사 도우미도 많잖아. 괜찮을 거야. 난 네가 여기 있어 줬으면 좋겠어. 어제 바람을 맞아서 머리가 너무 아파.” 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이하린은 김재현이 지금 미간을 찌푸리며 망설이고 있는 모습을 너무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불길은 이미 문을 뚫고 들어왔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하린.” 김재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나와. 한별이에게 내가 필요해.” 이하린은 입을 열고 그를 원망하고 저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은 뜨거운 열기와 절망에 막힌 듯 단 한 마디도 나오지 못하고 거친 기침만 터져 나왔다. “말 들어.” 김재현은 그녀가 수없이 들어왔던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더는 얽히고 싶지 않다는 듯 전화를 끊어 버렸다. 곧이어 통화 종료음과 함께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그녀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청하는 순간에 그는 강한별과 함께하기 위해 그는 전원을 껐다. 이하린은 이미 끊긴 휴대폰을 쥔 채 낮게 웃기 시작했다. 웃다 보니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고, 눈물은 순식간에 고온 속에서 증발해 버렸다. ‘말 들으라고?’ 그랬다. 그녀는 늘 말을 잘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가족의 몰락과 존엄의 파괴, 그리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인생이었다. 의식이 흐려지고 연기에 삼켜지며 모든 걸 포기하려는 마지막 순간, 누군가 갑자기 대문을 세게 부쉈다. “이하린 씨! 안에 계세요?” 살고자 하는 본능이 그녀에게 마지막 힘을 실어 주었다.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밖의 사람들이 들은 듯, 곧이어 더 거센 충돌음이 이어졌다. 한 번, 두 번... 불에 타 뒤틀린 문이 결국 밖에서 강제로 뜯겨 나갔다. 신선한 공기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밀려 들어왔고,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뛰어들어 바닥에 쓰러진 이하린을 붙잡아 불꽃과 연기를 뚫고 빠르게 탈출했다. 별장 밖, 밤바람이 불자 이하린은 격렬하게 기침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차가운 공기가 흐릿한 정신을 조금은 깨워 주었다.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거대한 화염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구해낸 사람은 선두에 선 남자였다. 피부는 검게 그을렸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는 쪼그려 앉아 이하린이 말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한 마디 물었다. “이하린 씨, 저희는 폭파 약을 배달하러 왔다가 마침 불이 난 걸 발견했어요. 그... 스무 톤 폭파 약, 아직 필요하세요?” 이하린은 고개를 돌려 별장 뒤편 그림자 속에 서 있는 눈에 띄지 않는 화물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필요해요.” 그녀는 몸을 일으켜 별장 옆에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창고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그녀가 미리 준비해 둔 가짜 시신이 있었다. 남자들은 바로 이해했다. 그들은 재빨리 가짜 시신을 끌어내 불길이 가장 거센 본채 근처에 옮겨 놓았다. “폭파 약... 안에 던져 넣어요.” 이하린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남자들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화물차 뒷문을 열고 상자들을 하나씩 꺼낸 후 불길과 밤의 어둠을 이용해 타오르는 별장 안으로 힘껏 던져 넣었다. 곧 모든 작업이 끝났고 그들은 다시 트럭으로 돌아왔다. 이하린은 불길에 휩싸인 별장을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본 뒤, 어떠한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려 조수석에 올랐다. “가요.” 차가 시동을 걸고 이 호화 주택 단지를 빠져나갔다. 차가 길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별장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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