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박은영은 진단을 받은 후부터 우울한 기분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표적 치료제와 억제제를 먹기 시작한 후에는 식욕에 큰 영향을 받아 몇 킬로나 빠져버렸다.
만약 항암 치료까지 받게 된다면 얼마나 초췌해질지 감히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러니 항암 치료만은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박은영은 비전 프로젝트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마음 놓고 치료에 집중하며 천천히 외할머니와 박태욱의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핸드폰에서 문자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은영이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니, 심가희가 사진을 보내왔다.
몰래 찍은 각도로 보이는 사진 속에는 백화점 주얼리 코너에 유태진이 서연주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연주는 한 줄의 비취 목걸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그녀한테 전화하는 순간에도 데이트 중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과 함께 심가희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재수 없어! 재수 없어! 재수 없어! 나 방금 바로 옆에서 유태진이 서연주를 위해 카드를 마구 긁어대는 걸 지켜봤어. 셀 수도 없이 많은 명품을 사주더니 방금 또 14억짜리 비취 세트를 사줬다니까? 유태진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카드를 긁더라. 서연주 이 계집애 참 편하게 첩 노릇을 한다니까.]
박은영은 사진에서 천천히 시선을 떼고는 유태진과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았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와 쇼핑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태진이 그녀에게 선물한 물건들 대부분은 사실 이금희가 해외 출장 때마다 한정판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사 오라고 시킨 것들이었다.
아니면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때 조기현을 시켜 선물을 전달했는데, 겉으로는 꼼꼼해 보이지만 사실은 업무의 일환처럼 체크리스트를 처리하는 느낌이었다.
비록 그 선물들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서연주를 직접 데리고 쇼핑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박은영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고 전부 결혼 집의 드레스룸에 놓고 나왔다.
천금의 가치가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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