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정하늘의 놀라움과는 달리, 유태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생각에 잠긴 듯 박은영을 응시하고 있었다.
박은영은 이미 사인펜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유태진이 새로운 이혼 합의서를 가져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는 처음부터 협상의 규칙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그녀를 억제하려 했다.
다행히도 이제 그녀는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빨리 이혼만 할 수 있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박은영은 서류를 다시 내밀어다.
“이제 처리할 수 있어요?”
유태진은 서명란을 내려다본 뒤 마지막으로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래.”
아마도 그들은 구청 현장에서 협상을 나누는 드문 케이스일 것이다.
절차를 마친 후 직원이 두 사람을 쳐다보며 물었다.
“두 분, 자녀는 있으신가요?”
박은영의 목이 조여들었지만 결국 허탈하게 대답했다.
“없어요.”
유태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하늘은 입술을 살짝 비쭉였다.
박은영도 원했지만 유태진이 그녀가 임신하도록 허락해 주지 않았다.
“네, 제출하신 서류는 심사할 예정입니다. 심사가 통과되면 이혼 등록일로부터 30일의 이혼 숙려기간이 주어지고요. 그 기간 한 분이라도 이혼을 취소하고 싶으시면 신청을 철회할 수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박은영은 이 절차를 대략 알고 있었다.
이혼 증명을 받으려면 최소 30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30일쯤은 기다릴 수 있었다.
“고맙지만 다시 생각할 필요 없어요.”
박은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유태진이 옆에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절차가 끝나자 은강현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박은영 씨, 문제 있으시면 언제든 다시 연락 주세요.”
박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은강현은 한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떴다.
박은영은 구청 문 앞에 서서 옷깃을 여미며 계단을 내려갔다.
늦추위로 얇게 얼음이 얼어 조금 미끄러웠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손을 뻗어 박은영의 손을 안정적으로 받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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