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공적인 일을 이야기하듯이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곧 박은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방금 유태진이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다른 두 가지 합의 요구 사항을 보았다.
하나는, 1년 이내에 할머니에게 이혼 사실을 털어놓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태진의 허락 없이 그녀는 그와 3년간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며, 그들의 구체적인 이혼 시간도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은영은 손가락을 천천히 오므려 쥐고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유태진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느 조항이 이해가 안 돼? 한 변호사의 설명이 필요해?”
“왜 할머니께 털어놓지 말라는 거죠?”
“할머니의 건강이 안 좋으셔서 이해해 줘.”
박은영은 심호흡했다.
“그럼 다른 조항은요?”
이번에는 유태진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이야.”
박은영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그 조항에 대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부 관계였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금지하고, 구체적인 이혼 시간을 알리는 것도 금지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서연주를 위해 깨끗하고 결백한 이미지를 남겨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서연주가 누군가의 관계를 가로채 올라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테니 그녀가 결혼에 개입한 시간대는 완전히 지워질 것이다.
박은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유태진이 서연주를 위해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다니...'
“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면요?”
박은영은 천천히 가슴속의 답답함을 내뱉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동의한다면 이 반지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갈 거야.”
유태진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여유롭게 정교하면서도 빈티지한 반지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은영은 그 케이스로부터 안에 든 것이 박씨 가문의 가보인 그 반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정지 버튼을 누른 듯했다.
이럴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