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유태진은 살짝 헐렁한 검은 셔츠를 입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길쭉한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는 피울 듯 말 듯했다.
거리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아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미묘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한 말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박은영은 비교적 차분했다.
그저 때아닌 ‘남편’이라는 단어만 빼고...
한쪽에 유태진이 서 있는 것을 본 서연주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허윤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우리 일단 룸으로 들어가요.”
박은영이 방금 한 말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말다툼을 벌이는 것은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여겼다.
자신감 없는 쪽이야말로 목소리를 높여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게 아니겠는가?
허윤정은 유태진을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
“태진아, 너도 좀 이따 들어와.”
유태진이 전처와 너무 많은 얘기를 하지 않기를 바랐고 박은영이 눈치껏 행동하고 빠지길 기대했다.
그녀의 딸이야말로 유태진 곁에 머무를 자격이 있는 여자였다.
유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뜨기 전 서연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박은영을 흘겨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허윤정과 앞뒤로 룸에 들어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심가희는 다가오는 유태진을 경계하며 혹시라도 박은영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움직이지 않았다.
박은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유 대표님, 할 말 있나요?”
유태진은 손에 있던 담배를 어느새 담뱃갑에 넣은 상태였다.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대체 어떤 심경인지 모르겠지만 화를 내거나 분노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말주변이 좋아졌어?”
첫 마디가 이런 질문일 줄은 몰랐던 박은영은 살짝 당황했다.
서연주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해 분노할 줄 알았는데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조금 변했죠.”
유태진은 박은영을 훑어보더니 차갑지도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
“화를 내고 입장을 분명히 하는 법을 배웠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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