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박은영 씨,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들은 박은영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지만 어떠한 전문적인 화제도 꺼내지 않았고 인사만 건넨 뒤 고개를 돌려 하수혁과 업계 전망과 기술 혁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업계에는 남성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입견은 진실을 가리는 법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한 박은영은 침착하게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하수혁은 박은영에게 따로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사람이 있었다.
“저쪽 회색 양복을 입은 남성분 보여? 아주 높은 분인데 앞으로의 정책 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해. 오늘 중점적으로 인맥을 쌓아야 하는 인물이니까 꼭 좋은 인상을 남겨.”
박은영은 그 정도 급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고 오늘 이 자리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하수혁이 그녀와 함께 그쪽으로 걸어가자 상대가 하수혁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하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하수혁이 박은영을 소개하기도 전에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박은영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서연주가 유태진의 팔짱을 끼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걸어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유태진이 등장하자 조금 전까지 여유만만하던 거물들은 깜짝 놀라며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박은영은 저도 모르게 그들의 옷차림에 주목했다.
서연주는 그녀의 드레스와 비슷한 톤의 녹색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목선에 크기가 제각각인 다이아몬드 조각이 박혀 있어 조명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유태진이 목에 한 스카프의 색상과 질감이 서연주의 드레스와 같았다. 이건 티 나지 않게 애정을 과시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박은영의 드레스와 세트로 맞춰진 양복은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다.
헛웃음을 짓던 박은영의 시선이 흐릿해졌다. 3년 동안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을 웃어야 할지, 자신의 가치가 너무나 보잘것없는 걸 웃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하수혁은 박은영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가 분명히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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