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화
박은영은 무심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유태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냥 할머니께 바로 말씀드리세요. 저희는 공개하지 않을 거라고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
양미숙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은영은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걸어갔고 마침 바깥에서 들어오던 권이준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도 그녀를 보더니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박은영이 먼저 인사했다.
“이준 씨도 오셨네요.”
권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할아버지가 어르신과 친분이 있어서 함께 축하 인사 차 왔습니다.”
“그렇군요.”
박은영은 더 묻지 않았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그녀는 예의 바르게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려는 몸짓을 했고 권이준은 길을 비켜주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흘끗 바라보았다.
오늘 유씨 집안의 연회는 사업적인 것보다는 친목의 의미가 강했다.
게다가 박은영의 회사인 비전은 유씨 집안과 그다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박은영이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권이준은 지난번 병원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잠시 뒤, 박은영은 급히 걸려온 업무 전화를 받았다.
지남준 쪽에서 데이터 테스트에 문제가 생겨, 그녀가 직접 통화로 지시를 내려야 했다.
박은영은 인파를 피해 호텔 바깥 복도 쪽으로 나왔다.
“알고리즘을 다시 수정하세요. 데이터 오류가 났어요.”
지남준이 설명하는 상황을 들은 그녀는 금세 문제의 원인을 짚어냈다.
그가 측정을 다시 진행하는 동안, 박은영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딱 멈췄다.
가로등 불빛이 또렷한 곳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 드리워져 있었다.
서연주는 방금 차를 세우고 내려온 듯 보였고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유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표정까지는 알리지 않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연주가 유태진 쪽으로 한 발 다가가더니 가볍게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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