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화
여든을 훌쩍 넘겼음에도 정정한 기운과 또렷한 목소리를 지닌 권동우가 그렇게 한마디 묻자, 주변 공기가 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사방에서 시선이 쏠리더니 결국은 모두 유태진에게로 향했다.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런데 정작 유태진은 권동우의 질문을 전혀 뜻밖이라 여기지 않는 듯, 손가락 마디로 의자 등받이를 느슨하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제 아내 말씀이십니까?”
박은영은 오히려 이 상황이 뜻밖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튀어나온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관계가 드러나는 건 결코 원치 않았기에 미간이 절로 깊게 찌푸려졌다.
바로 그때, 고개를 들다 유태진과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박은영은 손끝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몹시 불편했다. 마치 갑자기 사람들 앞에 세워져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유태진은 그저 단 한 번 눈길을 준 뒤, 금세 무심히 시선을 거두고는 권동우를 향해 옅게 웃어 보였다.
권동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태진아, 너 전에 결혼했지 않느냐?”
그 말에 권이준까지 고개를 들었는데 믿기 힘든 소식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 손님들 역시 술렁였다.
“유 대표님, 기혼이셨어요?”
“그런 얘긴 들은 적이 없는데요?”
“오늘 부인 되시는 분도 오신 겁니까? 혹시 우리가 아는 분인가요?”
웅성거림이 이어졌으나 유태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권동우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니까요, 제가 아내를 어디서 뒀다는 건지 말씀 좀 해주세요.”
명백히 농담조, 혹은 부정이었다.
권동우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무심결에 이금희 쪽을 바라보았다.
이금희의 얼굴빛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못마땅하게 유태진을 흘겨보고는 결국 얼굴을 굳힌 채 자리를 털고 나가버렸다. 애써 마련한 자리가 순간 망가진 게 아주 못마땅한 듯했다.
그 옆의 유나연은 이금희를 따라가기 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박은영 쪽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웃어 보였다.
박은영은 오히려 유태진의 답변이 당연하다 여겼다.
차라리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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