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화
이금희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실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자 박은영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이금희가 뭔가 꿍꿍이를 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불러놓고는 손님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정체를 드러내게 하려던 속셈이었다.
게다가 우성대 합격 소식까지 명분으로 삼아, 오늘의 연회에 당당히 주인공으로 세우려 했던 셈이다.
하지만 박은영은 애초에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유태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사실을 부정해버렸다.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으니 이제 이금희로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옆에서 누군가 연회의 주제를 묻자, 이금희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
연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권이준이 권동우를 모시고 자리를 뜨는데, 노인의 얼굴빛은 무겁기만 했다.
권이준이 곁눈질하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권동우는 연회장을 한 번 돌아보며 낮게 대꾸했다.
“생각해봐라, 내가 오늘 왜 그런 걸 물었겠냐? 유씨 집안의 딸이 일부러 귀띔을 해주더구나. 태진이가 사실 결혼을 했는데 공개를 안 했다고 말이다. 내 생일날, 태진이가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 그 애 말로는 그 여자가 부인이 아니라고 하더라.”
지난번 그 아가씨가 만약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짓을 했다면 권씨 집안은 절대 그런 인성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다시는 어떤 협력도 없을 것이다.
권이준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찰나 사이, 구름이 걷히듯 모든 게 선명해졌다.
여태껏 이어진 몇 차례의 특수한 상황들이 떠올랐다. 비록 권동우가 유태진의 부인이 누군지 말하진 않았지만 권이준의 머릿속에는 답이 거의 완전히 떠오른 상태였다.
그때 마침, 연회장을 막 빠져나오는 박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유태진의 부인이 바로 박은영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그때 유태진과 함께 왔던 아가씨는 결국...
권이준의 미간이 단번에 좁혀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 타고 뭐하느냐?”
권동우가 뒤돌아 물었다.
권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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