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화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이 몇 년 전에 쓴 논문이 학술적 논점으로 다시 논의될 줄은 박은영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수혁이 몸을 살짝 숙여 박은영의 귓가에 낮게 말했다.
“네가 5년 전에 쓴 이 논문, 지금 다시 꺼내서 봐도 굉장히 앞서가 있어. 일부 사람들한테는 교과서 그 이상으로 배울 게 많은 자료야.”
이게 바로 박은영의 무서움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태민이 박은영이 제자가 되지 않고 결혼해 버린 일을 두고 그렇게까지 분을 삭이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 일 이후로는 아예 제자를 다시 받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회의에서조차 그녀의 논문이 토론 예시로 스크린에 당당히 걸려 있었다.
박은영은 화면을 바라보며 주변의 토론을 흘려들었다.
앞줄에서는 유태진도 그 논문을 보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는 스틴과 다른 학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논문, 몇 년 전에 발표된 거 맞죠? 주제가 워낙 앞서 있어서, 저자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이 논문, 몇 년 전에 봤던 거예요. 당시엔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그 뒤로는 소식을 전혀 들을 수가 없어서 참 아쉬웠죠.”
스틴도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학계에서 널리 알려졌을 법한데 흔적조차 없는 게 더 이상하군요.”
마치 논문을 발표한 뒤 사라진 것 같았다.
잠시 후, 유태진이 화면을 보다 스틴 쪽을 향해 물었다.
“이 논문, 다들 어떻게 보세요?”
스틴이 웃으며 답했다.
“아주 훌륭하죠. 학술적 완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유태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조용히 토론을 들었다.
그 와중에 서연주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논문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그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절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5년 전에 발표한 논문이라고 소개되었지만 문제의식은 여전히 최전선에 있었고 주제의 참신함과 논리의 완결성은 지금 봐도 감탄스러웠다.
문제는 내용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밀도가 높아, 한 번 듣고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메모는 잔뜩 했지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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