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3화
배서훈의 태도는 서연주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몸이 저절로 굳어졌지만 서연주는 결코 매달리는 타입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마치 방금 들은 말이 자기와 무관한 듯 태연히 고개를 들었다.
“웨커에서 이미 다른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손님이 있었네요.”
문 쪽에서 가볍게 웃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에 서연주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좁혀졌다. 고개를 돌리니 배승연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의 눈길은 서연주를 스치듯 훑고 지나갔다. 눈꼬리에 담긴 차가운 미와 경멸은 한 치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건 높은 자리에 선 사람의 시선이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요. 방금 얘기 다 들었어요.”
배승연은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배서훈을 흘겨보며 말했다.
“설마 너 이런 수준의 사람을 회사에 들일 생각은 아니겠지? 언제 어디서 폭탄이 될지 모르는 인물이잖아.”
배승연의 비웃음은 참으로 노골적이었고 그 말에 서연주는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배승연은 천천히 소파에 앉아 위아래로 서연주를 훑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죠? 기분 나빠요? 제가 한 말이 그렇게 듣기 싫어요?”
이어지는 배승연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
“웨커는 우수한 기술 인재가 차고 넘치는데 서연주 씨는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자신만만한 거죠?”
배승연는 말끝마다 가시가 박혀 있었다.
서연주는 배승연이 가진 본능적인 예리함과 쌈닭 기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박은영과 가까운 사이이니 애초에 자신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서연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굳이 맞부딪혀 좋을 건 없었다.
지난번 전시회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도 일이 커진 건 배승연이 끼어든 탓이었다.
배서훈 역시 서연주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았다. 서연주가 은근히 기대고 있는 심리를 알아차린 이상 단 한마디만 건넸다.
“손님 보내드려.”
서연주가 사라지자 배서훈은 배승연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난 일해야 하니까 쓸데없는 참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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