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4화
오후가 되자 박은영은 배승연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토요일은 제 생일이에요. 크루즈 빌려서 파티하니까 오세요. 가희 씨도 데려오고, 하 대표님도 시간되면 같이 오라고 해요.]
박은영은 토요일 일정을 떠올려 보았다. 특별한 일이 없었고 배승연의 초대는 받아주는 게 도리였다. 이제는 전우라 불러도 될 만큼 여러 일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다.
[알겠어요. 얘기해 볼게요.]
마침 하수혁이 기술 수정안을 들고 들어왔다. 박은영은 서류를 받으며 슬쩍 물었다.
“토요일에 배승연 씨 생일인데 같이 갈래요?”
하수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꾸했다.
“여자들끼리 노는 자리에 내가 왜 끼어. 게다가 난 그 여자랑 안 친해.”
박은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몇 번 오가면 친해지죠. 일부러 대표님을 초대한 건데.”
하수혁은 그제야 펜을 내려놓고 탁자를 두드리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냥 예의상 던진 말이지. 진짜 오라면 나한테 직접 연락했겠지. 됐어. 너희끼리 다녀와. 대신 술은 마시지 마라.”
손을 내저으며 돌아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하수혁의 뒷모습에 박은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날 박은영은 다시 티젠 본사로 향했다. 주주권 이전 건으로 서연주가 서명해야 할 서류가 있었던 것이다. 굳이 마주칠 생각은 없었기에 필요한 서류만 정리해 공장 쪽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가려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안에 이미 서연주가 타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까지 얼어붙는 듯했다. 박은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곧장 들어갔다. 서연주가 자신을 향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고개를 곧게 들고 체면을 지키려 애쓰는 게 분명했다.
숫자가 하나씩 내려가는 동안, 서연주가 불쑥 입을 열었다.
“한마디 충고할게요.”
박은영은 엘리베이터 벽의 반사된 유리를 통해 서연주를 바라봤고 눈빛이 차갑게 맞부딪쳤다.
“배승연을 조심해요. 지금 은영 씨는 저랑 싸우느라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는데 목적이 뭔지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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