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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박은영은 흩어져 있던 생각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배서훈이 서 있었다. 배서훈은 박은영의 상태가 궁금한 듯 허리를 살짝 굽히고 내려다보며 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배서훈은 막 아래층에서 운동을 마치고 올라온 참이었다. 박은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되물었다. “어디 다녀온 거예요?” “아래층에 헬스장이 있더라고요. 한 시간 정도 뛰고 왔어요.”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한다고요?”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일곱 시였다. 배서훈은 한참 박은영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몸이 움직이면 머리도 조금은 비워지니까요.” 그 말이 떨어진 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배서훈의 시선은 은근히 박은영의 얼굴에 머물렀다. “어젯밤은 잘 잤어요?” “배에서 자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편하진 않았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육지에 닿을 거예요. 그 전에 아침이라도 같이 먹을래요?” 사실 박은영도 따뜻한 걸로 속을 달래고 싶었다. 박은영은 술을 극도로 싫어했고 몸도 마음도 강하게 거부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일부러 술자리 자체를 피하며 지냈다. 그러나 어젯밤처럼 실수로 입에 댄 건 처음이었다. 고작 몇 모금이었지만 위장이 불에 덴 듯 쓰라렸고 아침에 일어나자 곳곳에 붉은 발진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더 괴로운 건 어젯밤의 기억이었다. 과정은 흐릿하고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자신이 먼저 누군가에게 안겼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이해할 수도 없었다. 박은영은 술만 마시면 자제력을 잃고 기억조차 흐려지는 자신이 가장 싫었다. ‘어젯밤... 그 사람은 누구였지?’ 박은영은 눈살을 좁혔다. 생각하려 해도 기억의 바퀴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박은영이 멍하니 있을 때 배서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과하고 싶네요.” 박은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에요?” 배서훈은 잠시 망설였다.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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