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2화
“괜찮아요. 저쪽에 앉으세요.”
박은영은 반대편 자리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유태진이 있는 쪽을 애써 보지 않고 창가 쪽으로 향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 유태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박은영의 의심은 점점 더 짙어졌지만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문제였다. 부부로 지낸 세월이 벌써 3년이었으니 한 번 더 있든 덜 있든 달라질 건 없었다. 박은영은 결코 스스로에게 억지로 족쇄를 채우거나 감정의 가치를 과하게 묶어두는 여자가 아니었다.
“추운 거 아니에요? 외투라도 걸칠래요?”
배서훈이 박은영의 얇은 니트 차림을 힐끗 보며 자신의 옷깃을 가리켰다.
“필요 없어요.”
박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배서훈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
배서훈이 자신한테 주는 관심은 분명히 선을 넘고 있었다.
배서훈은 더 권하지 않고 박은영의 뜻을 존중했다. 속이 불편했던 박은영은 밥은 거의 손도 대지 않고 따뜻한 꿀물만 한 잔 더 마셨다. 그사이 배서훈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웠다.
박은영은 심가희에게 메시지를 보내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막 메시지를 보낸 순간, 눈앞에 다른 이가 앉았다.
화장하지 않았어도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배승연이었다. 배승연은 웃음을 머금고 앉아 박은영의 기색을 슬쩍 살폈다.
“어젯밤은 잘 잤어요?”
박은영은 이 질문이 낯설지 않았다. 조금 전에도 배서훈이 같은 말을 했다.
“어젯밤 파티는 몇 시쯤 끝났어요?”
박은영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고 배승연은 턱을 괴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새벽 세 시쯤? 아예 잠도 안 와서 그냥 버티고 있었죠.”
배승연은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화살을 돌렸다.
“근데 말이죠. 은영 씨가 먼저 자리를 뜨고 나서 배서훈이 계속 걱정을 하더라고요.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고... 그래서 제가 방 번호를 알려줬죠. 바로 올라가던데... 두 사람은 그다음에 어떻게 됐어요?”
박은영의 손이 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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