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3화
박은영은 전날 밤의 일을 더는 꺼낼 생각이 없었다.
배승연도 잠시 박은영을 살피다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미 답이 뻔하다고 여겼다. 시간과 장소, 분위기까지 맞아떨어진 상황이었다. 배승연 본인도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 결국은 불붙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박은영은 화장실로 향했다.
어젯밤은 철저한 예외였다.
기억은 흐릿했지만 단 하나는 또렷했다.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던 방 안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손목을 뜨겁게 움켜쥐던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듯 흐트러졌고 결국은 박은영이 먼저 그 사람의 목을 끌어안았다.
잘못은 자신이 먼저 만든 것이었기에 따져 묻거나 탓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어제의 자신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태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더 큰 문제는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신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배서훈과는 아직 낯선 사이였기에 직접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그래서 박은영은 차라리 유태진 쪽에서 확인해 보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어른의 세계에서 육체적인 일은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 모른 척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만약 그 사람이 유태진이라면 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터였다. 하지만 배서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손을 씻으면서도 박은영의 이마는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 순간, 옆자리에 누군가 들어왔다. 화장을 고치던 서연주였다. 서연주는 기분이 좋은 듯 거울을 보며 손길을 멈추지 않다가 슬쩍 시선을 돌려 박은영을 훑어보았다.
박은영은 굳이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는 듯 손을 털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서연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젯밤, 저한테는 꽤 괜찮은 시간이었어요.”
갑작스러운 뜻 모를 말에 박은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에는 자신들뿐이었으니 분명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돌아선 박은영은 상대가 무슨 꿍꿍이를 품었는지 살피듯 바라보았다.
서연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박은영 씨, 인제 그만 태진 씨를 좀 놔줘요. 이혼 안 하고 굳이 붙잡고 있는 건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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