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화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박은영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수많은 가능성은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긴 숨을 내쉬었다.
지금 박은영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유태진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창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잡생각만 들 것 같아 박은영은 차라리 샤워를 하며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야.’
그녀는 스스로를 타이르며 서둘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3시간이 지나도 유태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 사실이 박은영의 가슴을 조여왔다.
그에게 전화를 하려는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문을 응시하던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에야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여니 비를 뚫고 돌아온 유태진이 그곳에 서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과 빗물에 푹 젖은 옷이 남자의 다급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가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최대한 빨리 왔어.”
낮게 떨어지는 목소리에 비 냄새와 함께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지환이가 그러더군. 급히 날 만나야 한다고.”
박은영이 유태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이렇게 달려와 줄 줄은 예상치 못한 탓인지 목이 메었다.
“… 유태진 씨.”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와 달리 눈빛은 단단하기만 했다.
“내 배경 조사에 문제가 생겼어요. 아직도 기혼 상태라고 뜨는데, 뭔가 잘못된 거 맞죠?”
그러나 유태진은 문턱에 멈춰 선 채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놀람도, 변명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 순간 박은영의 심장이 이유 없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떨리는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유태진은 눈빛을 피하지 않은 채 담담히 입술을 열었다.
“…그래. 우리 아직 이혼한 거 아니야.”
너무나 쉬운 인정이었다.
그 무심한 대답에 박은영의 온몸이 전율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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