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화
박은영은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말을 듣고도 기어이 변화하려 애써왔다.
기쁨과 감사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마주해 온 날들이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온기 속에 머무르려 하며 책임과 대가를 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박은영은 그런 본능을 뚫고 여기까지 온 자신을 나름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부시게 피어난 줄 알았던 희망 뒤에는 여전히 그녀가 벗어나지 못한 굴레가 있었다.
사랑했고, 또 아팠던 그 감옥 같은 굴레.
그래서 박은영은 유태진의 기만과 침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건 그녀 혼자만을 겨눈 은밀한 감정의 포위망이었다.
박은영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버튼 하나로 모든 흔적을 지우듯이 고통을 깔끔히 삭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고통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 미안하다.”
유태진이 분노와 고통에 힘들어하는 박은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죄책감에 목구멍이 떨렸다. 그가 무심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들었으나 박은영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텅 비어버린 눈으로 낮게 말했다.
“이제 더 얘기할 것도 없어요.”
‘난 대체 뭘 듣고 싶었던 걸까.’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곱씹다 보니 웃음이 날 만큼 허무했다.
박은영은 유태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남자가 손바닥으로 문을 막아섰다.
그는 박은영이 히스테릭하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말은 담아두고만 살 수는 없는 법이었다.
“네가… 네가 떠나는 게 싫어서 그랬어. 아직도 후회해.”
박은영이 차게 웃으며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은영아, 난 네가 생각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아. 널 속인 건… 그냥 도망친 거야. 내 인생에 후회 따위 없다고 믿어왔는데, 너만은 달랐어. 네게 만큼은 줏대 없이 흔들리고 결정을 내릴 수 없었어. 이혼에도 이유가 있었고 함께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어... 넌 그걸 알아야 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단단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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