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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주명훈의 협박이 귓가에 맴돌았다. 박은영이 코웃음 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주명훈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그에게 실망조차 느끼지 못했다. 남은 건 조소에 가까운 웃음뿐이었다. 기자가 밀려 들어왔을 때 유태진은 이미 박은영을 어느 정도 추스른 뒤였다. 두 사람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같은 방에 있던 장면은 유태진이 말끔히 처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주명훈이 이런 사진을 꺼내놓을 줄이야. 박은영의 반응을 겁에 질린 것으로 해석한 주해린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고급스러운 사무실을 쭉 훑어보았다. “그러게 내가 나대지 말랬잖아. 네가 누리고 살았던 것들 전부 주씨 가문에서 나온 거 잊었어? 은혜를 잊은 거냐고. 우리가 널 얼마나 챙겨줬는데… 해성에서 가장 좋은 혼처까지 찾아줬더니, 넌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해.”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라. 은영이도 철 들었겠지. 이 아빠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다. 너와 같이 일하는 동안 너도 많이 배울 테고, 결국 둘 모두에게 좋은 선택인 거지.” 주명훈의 말투는 자애로웠지만 눈빛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박은영이 무심히 남자의 말을 끊었다. “마음대로 해요.” 그 말에 잠시 멈칫한 주명훈이 박은영을 노려보았다. 노트북을 켠 그녀는 그의 협박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은영이 너, 이게 무슨 뜻이니?” 주명훈이 애써 웃으며 물었다. 박은영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대충 대답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요.” 그 말에 주명훈이 얼굴을 굳혔다. 박은영은 담담히 덧붙였다. “다만 경고 한마디 하자면, 지금 내 신분을 걸고 하는 모든 건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연구자를 모욕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겠죠. 판결이 난다면 주씨 가문도 곤란해질 테고요.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예요. 더 할 말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나가주시죠.” 그녀의 태도는 무척이나 냉랭했다. 초조함도, 당혹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해린은 아예 자리에 굳어 버렸고 주명훈은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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