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오후 네 시쯤.
창밖은 약간 어둡고 흐릿한 데다가 매서운 찬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박은영은 외할머니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외할머니는 그녀의 근무 시간에 전화를하지 않는 편이셨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혜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은영아, 얼마 전에 외할머니가 집을 팔겠다고 말했었잖니? 그래서 매물로 내놨었는데 네가 반대해서 다시 철회하라고 했었어. 그런데 아까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도라고... 집 보러 가도 되냐고 말이야.”
그녀는 이 상황을 박은영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박은영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스팸 전화가 아니었구나.’
“할머니,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도 일을 하고 있고 해마다 성과급도 꽤 받을 거예요. 그러니까 집은 팔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
그녀는 외할머니가 순전히 자신을 걱정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유씨 가문에 가서도 기 죽지 않게 손에 뭐라도 쥐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혜주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꼭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 나는 분명 매물을 철회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구나...”
박은영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혜주는 한숨을 쉬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그녀는 박은영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일에 치여 밤낮도 없이 바쁘니 괜히 걱정되었고 혹시나 시댁에서 힘들게 지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차라리 집이라도 팔아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주려 했던 것이다.
나이도 많은 데다가 살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집을 가져가봤자 소용도 없다고 생각한 나혜주였다.
하지만 박은영이 원치 않으니 나혜주도 더는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황급히 짐을 챙겨 상대방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주소를 확인한 뒤, 지하철을 타고 그쪽으로 향했다.
부동산에 도착하자 어떤 젊은 남자가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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