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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정하늘 일행은 멀지 않은 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흘깃 본 뒤,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곧 시작인데, 정작 주인공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김정한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정하늘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각 가문의 하객들이 속속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은근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내 생각엔 이번 결혼식은 유씨 가문이 은영 씨 체면 세워주려는 쇼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장씨 가문의 아가씨, 장예미였다. 그녀의 말투에는 묘한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 옆에 있던 이가 곧바로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이야. 유 대표님은 지금껏 아내를 공개하기 싫어했잖아. 누가 봐도 사랑 때문은 아니지. 하지만 이제 와서 결혼식을 안 하면 사람들이 은영 씨가 무시당한다고 떠들 테니까 어쩔 수 없이 식을 올리는 거 아니겠어?” “솔직히 말해서 유 대표 같은 사람이면 은영 씨보다 훨씬 나은 상대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그 정도 위치면 마음만 먹으면야 누구를 못 만나겠어.” 그녀는 비웃듯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보기엔 이번 결혼식도 은영 씨 쪽에서 먼저 꺼낸 거 같아.” 또 다른 하객이 슬쩍 웃으며 말을 보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론까지 부른 거 보면 답 나왔지 뭐. 밖에서 유 대표님이 아내를 무시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던 거야.” 잔잔하던 홀 안에 그들의 킥킥거리는 소리가 파문처럼 번져갔다. 하객들 대부분은 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특히 나이가 어린 몇몇은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어차피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 우리도 한마디쯤은 괜찮겠지.’ 그때, 진승현의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가르며 들려왔다. “은영 씨는 능력도 외모도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인데 당신들은 괜히 흠이라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가 보네요.”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들은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무리를 훑었다. 진승현은 원래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품격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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