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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매정한 말을 내뱉는 그의 눈빛은 담담했고 목소리에도 기복이 없었다. 하지만 박은영의 온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두 뺨에 열이 올랐고, 가슴은 무언가에 세차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다. 유태진의 그 주저 없는 선택은 박은영은 서연주의 앞에서 한낱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옷이 겹친 게 의도한 것이었는지 실수였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서연주야말로 그의 마음속 1순위였고, 유태진은 자신의 1순위만을 지켜주려 했다. 박은영이 느낄 민망함이나 수치심 따위는 유태진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유 대표님, 옷 한 벌 겹친다고 이럴 것까지는 없잖아요.” 하수혁도 표정을 굳혔다. 그는 자신의 수트 겉옷을 벗어 박은영의 어깨에 둘러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됐나요?” 그제야 박은영은 눈을 내리깐 채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유태진은 그런 박은영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하수혁의 겉옷이 그녀의 드레스 절반을 가리고 있었고, 박은영은 그의 배려를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서연주가 먼저 말을 꺼내며 우아하게 몸을 돌렸다. “태진 씨, 우리 자리로 갈까요?” 그녀는 대인배 행세를 하며 더 파고들지 않았다. 그제야 유태진은 박은영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두 사람은 나란히 자신들의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하수혁은 도저히 참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이마를 한껏 찌푸린 채 박은영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박은영은 손끝을 천천히 오므렸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하지만 드레스를 갈아입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굳이 서 연주에게 양보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 계속 걸음을 옮기려던 정하늘이 몸을 돌려 말했다. “같은 옷 입는다고 뭐가 달라져요? 태진이가 좋아하는 건 결국 연주 씨인데?” 옷이든 일이든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은영은 이 도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정하늘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서연주라는 사람, 저 사람들 사이에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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