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8화
박은영은 자신이 당분간 이 상황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지내보니,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박은영은 그가 주씨 가문과 자신을 누구보다 증오할 거라 믿었지만 결혼 후 며칠 동안은 그 어떤 갈등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가 의외로 집에 잘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 서재로 가지도 않고 늘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박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바쁘면 회사에서 마무리하면 되는데 왜 굳이 집으로 가져와 밤늦게까지 하는 걸까?’
그녀가 물을 마시러 나올 때도, 화분에 물을 줄 때도 그저 사소한 일을 하러 거실을 지날 때마다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박은영은 자연스레 이 ‘신혼 남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 순간, 유태진이 불쑥 말을 걸었다.
“자려고?”
박은영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겉으로 아무 티도 안 냈지만 속으로는 조금 불만스러웠다.
며칠째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녀는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다.
감정을 쌓을 생각도, 대화를 나눌 의지도 없어 보였다.
그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잠깐 이야기할까?”
박은영의 몸이 순간 경직됐다.
본능적으로 ‘이혼’ 이야기가 나올까 봐 두려웠다.
아직 주명훈 쪽에서 아무런 답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 이혼이라도 요구받는다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녀는 물컵을 꼭 쥔 채,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 유태진이 블랙카드를 내밀었다.
박은영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신혼집 인테리어에 비용이 꽤 들 거야.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으면 디자이너와 직접 해. 재료는 전부 최고급으로 쓰고.”
박은영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혼 얘기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유태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그럴 리가, 넌 이상한 상상 참 잘하네.”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이혼이라니 그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