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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박은영은 그 말에 사고회로가 정지해 버렸다. 남자의 숨결엔 여전히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의 입술이 거침없이 박은영의 입술 위를 훑을 때, 그녀에게는 저항할 틈도 없었다. 그러다가 유태진이 그녀의 입술을 본격적으로 탐하려던 그 순간, 박은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온몸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유태진을 밀어냈다. 남자의 무릎 위를 벗어나 흐트러진 잠옷을 정돈한 박은영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 “태진 씨 취했어요. 저는 연주 씨가 아니거든요.” 박은영의 거센 저항에 유태진이 눈을 천천히 떴다. 한없이 차가운 그녀의 표정을 마주한 그의 깊은 눈동자가 천천히 초점을 되찾기 시작했다. 유태진은 그제야 미간을 한껏 구기며 현실을 자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건지, 박은영의 잔뜩 경직된 표정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태진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이마를 문질렀다. 목소리는 아직도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몇 시야?” 박은영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까워진 감촉이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제 둘 사이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됐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드레스를 갈아입으라며 구박받았던 그 불쾌함, 그리고 자신을 서연주로 착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겹쳐 떠오르자 저릿한 반감과 서러움이 순식간에 확 밀려왔다. “열 시 좀 넘었는데요.” “아, 그럼 굳이 전화 안 드려도 되겠네. 내일 다시 하자.” 유태진은 그렇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키에 날렵한 실루엣에는 묵직한 카리스마가 깃들어 있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박은영을 쓱 바라보았지만 방금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쉬어.” 말을 마친 그는 외투를 집어 들고 곧장 방 밖으로 나갔다. 그의 걸음은 마치 급한 일이라도 생긴 사람처럼 빠르고 단호했다. 박은영은 문득 유태진이 사람을 잘못 본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술이 어느 정도 깬 지금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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