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주이찬을 병원으로 데려가다

“너랑 상관없어, 놔.” 남자의 말투는 차갑고 날카로워 듣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너 지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왜 고집을 부려.” 유수진은 강경하게 맞섰다. 그녀 또한 화가 치밀어올랐다. “너 병원에 가서 재검하기로 약속했잖아.”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 “나...” 유수진의 말은 목구멍에 막혔다. 진짜 약속한 적 없었다. ‘도지후랑 허민영은 왜 주이찬의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서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심하면 장기 부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유수진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도지후나 허민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너 혼자야?” 주이찬의 표정은 깊게 가라앉았고 찡그린 눈썹 아래에 분노가 억눌러져 있었다. 그때 연우도 다가와 말했다. “아저씨, 많이 아파 보여요. 엄마, 우리 아저씨를 병원에 데려다줘요.” 유수진은 원래 그럴 생각이었지만 주이찬은 따라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연우는 유수진을 따라 주이찬을 부축하며 어른처럼 말했다. “아저씨, 혹시 주사가 무서워요? 주사 맞으면 엉덩이 아프긴 한데, 금방 나아져요. 엄마가 말했어요. 아프면 꼭 병원 가야 된다고요.” 아이의 앳된 목소리에 주이찬의 난폭했던 마음도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아이의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이 아이만큼은 묘하게 끌렸다. 마침내 주이찬이 입을 열었다. “그래, 아저씨가 네 말 들을게.” 유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황급히 그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차가 달리는 동안 연우는 뒷좌석에서 주이찬과 계속 얘기했다. 처음에 주이찬이 거의 말을 하지 않아 운전하던 유수진은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다. 그의 차가운 아우라가 혹시 아이를 놀라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마도 혈육이라 그런지 연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질문을 던졌고 주이찬도 귀찮아하지 않고 묻는 대로 대답했으며 심지어 말을 이어갔다. 차가웠던 차 안의 공기는 조금씩 따뜻해졌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라 검사는 할 수 없었고 의사는 먼저 입원해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