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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완전히 사라지길 바라

아주 짜릿한 따귀, 순간 방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유수진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몰랐다. 분명 지난 4년 동안 많이 성숙하고 차분해졌기에 평소였다면 절대로 이런 일로 인해 통제력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주이찬의 눈빛에 놀라움이 살짝 스쳤지만 그 놀라움은 이내 거센 분노로 변했다. 그러더니 당장이라도 유수진을 산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것처럼 노려봤다. “송서진이 약 먹는 대신 물 많이 마셔도 된다고...” 이때 갑자기 들어온 도지후가 드라마틱한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유수진은 쑥스러운 듯 급히 도지후 뒤에 숨었다. “쟤, 쟤가 날 때려.” 유수진은 도지후가 주이찬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쨌든 서로 아는 사이였고 주이찬이 정말로 손을 쓰면 도지후도 옛정을 봐서 말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면 적어도 한 방 먹인 거 아닌가? 순간 주이찬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도지후도 등골이 오싹해져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주이찬은 도지후 본인을 때려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유수진에게 절대 손대지 않을 것이다. “유수진, 제발 나 좀 살려줘.” 도지후가 땀을 닦았다. 그때의 주이찬은 그야말로 질투 덩어리였다. 한편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유수진은 정말로 주이찬이 두려워 숨어 나오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다시 모인 만큼,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 최대한 좋게좋게 해결하자.” 한마디 한 도지후는 다시 유수진을 꾸짖었다. “네가 전에 이찬이를 난처하게 만들었잖아. 그렇게 심한 말까지 했으면서 왜 사람까지 때리고 그래.”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유수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주이찬이 경찰에 신고해 내 친구를 잡아갔어.” 주이찬은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유수진이 설마 도지후더러 자신을 지켜달라는 뜻인가? 도지후는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맞혔다. “지난밤 블루 그린 호텔 일 말이야?” “맞아, 맞아.” 유수진이 끄덕끄덕 졸라댔다.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너도 알잖아, 내 친구가 간신히 합격했는데... 그래, 우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사과도 했고 보상도 하기로 했어. 그런데 내 소중한 친구의 밝은 미래가 이대로 망가지는 걸 볼 순 없어. 그냥 고소만 취하해주면 돼, 그 어떤 대가든 감수할 각오는 돼 있으니까.” 주이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어떤 대가든 다 감수한다고?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거의 10년 가까이 알고 지녔으면서 결국엔 그의 친구보다도 못하다니? 도지후는 아직 멍해 있었다. “그 일 듣기론 오늘 오후에 경찰서에 전화해서 풀어주라고 했다던데?” 유수진이 멈칫했다. “그럴 리 없어, 이미 나왔으면 강미나가 분명 나에게 연락했을 거야.” 전화기를 확인하려던 유수진은 그제야 핸드폰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이건... 도지후는 아무 말 없이 얼굴만 찌푸리고 있는 주이찬을 흘깃 본 후 책상에서 충전기를 가져다주었다. “이 케이블은 내 폰이랑 안 맞아, 내 건 안드로이드 폰이야.” “내 폰도 안드로인데 충전기가 사무실에 있으니까 가져다줄게.” 밖으로 나가려던 도지후는 주이찬 곁을 지나갈 때 문득 얼음장같이 차가운 주이찬의 목소리를 들었다. “둘 사이, 꽤 좋아 보이네.” 도지후는 말문이 막혔다. ‘조금 전에 가만히 있었잖아? 그럼 갖다 주라는 뜻 아니었어? 충전기 갖다 주는 것도 질투하는 거야?’ 도지후는 조금 억울했지만 마음속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도지후의 사무실은 맞은편, 갔다 오는 데 몇 분 안 걸리지만 유수진은 주이찬과 단둘이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일 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계속 회사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주이찬의 피부는 여자보다 더 하얬다. 그래서인지 얼굴의 따귀 자국도 더 뚜렷했다. 심지어 약간 부어오른 것 같았다. 유수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충전한 휴대폰을 켜서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강미나에게서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강미나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유수진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감사의 눈빛으로 도지후를 바라보고 말했다. “무사히 나왔대, 고마워.” 하지만 다른 한 남자의 안색은 너무 어두워 마치 연탄 같았다. 본인이 사람을 풀어주라고 했는데 도지후에게 감사하다고? 등골이 서늘해진 도지후는 온몸을 떨었다. “사람이 무사하면 됐지, 뭐...” “얘기 다 끝났어?” 주이찬은 싸늘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여기는 내 사무실이고 일도 산더미야. 옛 추억 얘기하려면 카페로 가.” 자리로 돌아간 주이찬은 길쭉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주 바쁘고 집중하는 모습에 도지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는 유수진도 많이 난처해했다. 이제 강미나도 무사히 나왔으니 더 이상 머무를 이유도 없었기에 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일부러 때린 건 아니야. 미안해.” “너 어젯밤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했지.” 남자의 목소리에는 비아냥이 가득했다. “넌 일부러 아닌 게 정말 많구나.” 자신이 오버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수진은 매우 난처해했다. 하지만 주이찬의 현재 위치로선 돈으로 배상하겠다고 해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주이찬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기에 유수진은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타이핑을 하던 키보드 위 남자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아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유수진이 떠나려 하자 도지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냥 가는 거야? 폰 충전 다 했어?” 멋쩍은 미소를 지은 유수진은 이내 문밖으로 사라졌다. 가냘픈 실루엣이 사라졌지만 그녀의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입을 삐죽 내민 도지후는 주이찬과 투자기획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려 했다. 바로 그때 어떤 물건이 도지후를 향해 날아왔다. 물건을 받은 도지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야?” “보조 배터리.” 주이찬은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 채 말했다. “가져다줘. 나중에 택시 못 타고 또 회사 앞에서 쓰러져 내 구역 더럽히지 않도록. 신유 그룹이 그런 사람 때문에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면 되겠어?” 도지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자 주이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뭘 봐?” “사람.” 도지후는 감개무량 해하며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너 좀비 같았어, 완전히 로봇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좀 사람 냄새가 나네. 학교 다닐 때 넌 유수진의 각종 무모한 행동에 자주 화를 냈었지, 그때의 넌 정말 사람 같았는데 말이야.” 주이찬이 화를 낼까 봐 도지후는 재빨리 도망쳐 유수진에게 보조 배터리를 전해주러 갔다. 주이찬은 매우 초조해했다. 4년 동안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유수진... 네가 진짜로 완전히 사라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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