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주이찬을 만지다
유수진은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언제 이렇게 단잠에 빠졌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그녀는 품에 안은 곰돌이 인형을 꽉 끌어안고 얼굴을 더 파묻었다.
그런데 촉감이 뭔가 이상했다. 예전처럼 폭신폭신하지 않고 묘하게 단단하면서도 말랑했다.
유수진이 눈을 번쩍 뜨는 순간, 주이찬의 커다랗고 잘생긴 얼굴이 코앞에 나타났다.
유수진은 문어처럼 주이찬을 덥석 껴안고 있었다.
“아!”
깜짝 놀란 그녀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오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거의 넘어질 뻔했다.
소란스러움에 잠에서 깬 주이찬은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침부터 왜 그렇게 시끄러워.”
“주, 주이찬?”
유수진은 경악스러운 눈으로 주이찬을 가리키며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깨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아니,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게다가 주이찬의 침대에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유수진은 마침내 기억났다.
‘맞다, 어제 위염으로 고생하던 주이찬을 억지로 병원에 끌고 왔었지.’
“생각났어?”
주이찬은 그녀를 흘깃 보며 물었다.
“나...”
유수진은 순간 어색해졌다.
“응, 기억났어. 그런데 내가 왜 네 침대에 있는 거야?”
유수진은 괜히 책임을 피하려는 눈치였다.
“그런 말 할 면목이 있어? 어젯밤 네가 기어이 내 침대로 올라왔잖아. 병들고 허약한 내가 몇 번을 뿌리쳤는데도 네 힘에 못 이겨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사과는커녕 되레 적반하장이네.”
“내가 그랬다고?”
유수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없어! 그 정도로 요란했으면 내가 못 깼을 리가 없잖아.”
“네가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불가능하다는 거지?”
‘아, 그건...’
유수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결국 일부러 분주한 척하며 아직 자는 연우를 들여다보았다.
주이찬의 눈가에 교활한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정말 잘 속네.’
주이찬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
‘예전 그대로야.’
유수진은 여전히 뭔가 바쁜 척하며 그의 링거 맞던 손을 슬쩍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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