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연우는 목숨 걸고 지켜낸 아이야
유수진은 정신이 멍해져 어떻게 차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엄마, 왜 얼굴이 빨개요? 입술도 부어 있고.”
유수진은 머리가 멈춘 것처럼 굳어져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아마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 봐.”
“아, 저는 또 엄마가 부끄러워서 그런 줄 알았어요.”
유수진은 목을 움츠렸다.
연우는 제법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 엄마랑 아저씨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둘이 뽀뽀하는 줄 알았어요.”
유수진은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설마 본 건 아니겠지? 위치상 안 보였을 텐데. 하지만 겨우 세 살짜리가 어떻게 그런 걸 알지?’
아이는 너무 익숙한 듯 말했다.
“전에 윤영 이모도 남자 친구랑 뽀뽀하고 나서 얼굴 빨개지고 입술도 똑같이 부어 있었거든요.”
유수진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답답함 때문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윤영이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남윤영은 사촌 여동생이지만 자신보다 겨우 석 달 어렸다. 하지만 남윤영은 그동안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래 짝사랑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유수진은 괜히 씁쓸해졌다.
연애하든 뭐든, 과거에만 붙잡혀 사는 것보다는 낫다.
자신처럼 진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삶은 더 두렵고 끔찍한 일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회사로 향했다.
이미 지각이었지만 매니저라는 직업 특성상 연예인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다 보면 늘 칼같이 출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수진 씨, 유 대표님이 사무실로 오래.”
막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소미가 다가와 전했다.
“무슨 일 있어?”
전화하지 않고 직접 불렀다는 건 좋은 일일 리가 없었다.
소미는 가볍게 웃었다.
“유 대표님은 수진 씨 아버지잖아. 별일은 아니겠지.”
유수진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건 장담 못 했다.
그녀는 연우에게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당부한 뒤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하필 유명욱과 마주쳤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두 손을 뒤로 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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