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우연한 만남
한편, 방 안.
유수진은 김경숙에게 먼저 나가달라고 말했다.
연우는 창백해진 얼굴로 침대맡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유수진은 그런 연우에게 우유를 타 주려 했지만 연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유수진의 치마를 잡고는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아빠랑 할아버지, 할머니 연우 때문에 싸운 거 맞죠?”
가슴이 철렁한 유수진이 얼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설명했다.
“아니야.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랑 앙금이 남아있어서 그래. 연우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유수진이 연우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연우야.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렇게 복잡한 거란다. 연우도 앞으로 크면 달게 친구가 생기고 동료가 생길 텐데 그중에는 연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이 세상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모든 사람이 연우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잖아.”
“다른 사람의 취향은 관여할 수 없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단다.”
연우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다른 사람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마. 이것만 기억해. 무슨 일이 있든 엄마는 우리 연우 사랑한다는 거.”
그러더니 연우의 이마에 뽀뽀했다.
“연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엄마랑 같이 여기서 나갈까?”
“좋아요.”
진작 가고 싶었던 연우가 폴짝 뛰며 말했다. 여기는 모든 게 이상했다. 아빠도 이상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유를 탄 유수진이 연우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차는 곧장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엄마, 연우 배고파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데 연우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이제 세 살, 아니, 거의 네 살이 되어가는데 우유로 배가 부를 리가 없었다.
“엄마도 배고파. 집에 돌아가면 엄마가 다시 요리해 줄게.”
유수진은 조금 전 쓸어버렸던 음식들이 떠올라 못내 안타까웠다. 매번 타협해도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희생해도 몰라주는 사람은 끝내 몰라줄 것이다.
잘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서 멈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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