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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질릴 때까지 놀고 이혼하자

일부러 강조를 하며 말한 한경민은 은근히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어젯밤 호텔에 날 잡으러 갔는데 방 번호를 잘못 찾아서 경찰서까지 갔다는 소문 들었어. 너...”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야. 밖에 있는 네 여자가 내 앞에서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강미나가 화가 나서 나를 끌고 갔던 거야. 호텔에 도착해서야 널 잡으러 온 거라는 걸 알았어.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로 그런 곳에 가지도 않았겠지.” 한경민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었지만 유수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너 때문에 그런 체면 깎이는 일을 할 것 같아?” 그 말뜻은 한경민은 유수진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분노가 확 치솟은 한경민은 유수진의 목을 움켜쥐더니 이를 악물고 한마디 내뱉었다. “유수진, 내가 그렇게 싫은데 나를 이토록 무시하면서 왜 나와 결혼한 거야? 연우가 내 친딸은 아니지만 나는 충분히 할 만큼 했어.” 그 말에 유수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차가운 태도가 오히려 한경민을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결혼은 부모님의 뜻이었어. 나는 그들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야.” “너...” 이마에 핏줄이 선 한경민은 당장이라도 불꽃이 튈 것처럼 두 눈을 부릅떴다. 당시 유수진이 혼전 임신에다 다른 남자의 새끼까지 있었지만 한경민은 참았다. 심지어 아이를 낳게도 해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 몸도 더럽혀진 주제 왜 결백한 척이냐 말이다. 한경민은 손이 떨릴 정도로 유수진의 목을 꽉 잡고 있었지만 그녀를 졸라 죽이지는 않았다. 결혼한 지 4년, 유수진은 단 한 번도 한경민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한경민, 네가 손해 본 척하지 마. 처음부터 상황을 분명히 말했잖아. 네가 나를 선택한 거야. 네 여자관계 따위 간섭 안 해. 우리 둘 다 똑같은 사람인데 가식 부리지 말자.” 유수진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한경민의 손을 쳐내자 한경민은 상당히 화가 났다. “내가 선을 넘었으니 간섭하지 말라는 말이야?” “맞아.” 유수진이 맞다고 한 그 순간, 한경민은 정말로 그녀를 졸라 죽이고 싶었다.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던 김경숙은 이 소리를 듣고 다급히 와서 말렸다. “대표님, 사모님과 다투지 마세요. 막 돌아오셨을 때는 기분이 꽤 좋으셨는데... 사모님도 말씀 적당히 하시고요.” “누가 다투고 싶어서 다투겠어요. 아무 이유 없이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니까 그렇죠.” 유수진은 정말 지쳐 있었다. “아주머니, 좀 이따가 내 밥은 안 해도 돼요. 나 좀 쉴 테니까.” 김경숙이 말했다. “네.” “유수진, 나 말 아직 다 못 했어...” 유수진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화가 나서 그녀의 방까지 따라온 한경민은 유수진이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을 보고 강하게 밀어냈다. 유수진은 술을 마신 상태라 힘이 별로 없었다. “왜 자꾸 내 방에 오는 거야.” “네 방? 각방 쓰는 부부도 있어?” 한경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스주에서는 남윤영이랑, 강미나랑 같이 살았잖아. 귀국해서도 나랑 따로 자고 말이야! 유수진, 넌 부부의 의무가 뭔지 아니?” “부부의 의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혼인 내 강간이 뭔지는 알아.” 유수진은 이를 악물고 한경민을 바라보았다. “한경민, 우리 이혼하자.” 유수진은 이 결혼을 반드시 서둘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따라올 것 같았다. 한경민은 ‘이혼’이라는 두 단어를 듣고 더욱 사납게 유수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혼? 너랑 한 번도 잔 적 없는데 이혼? 네 치욕스러운 출신과 추잡한 과거도 다 참았어. 이제 여기서 자리 잡으니까 이혼하겠다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모든 일이 네가 원하는 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거칠게 유수진을 침대에 눕힌 한경민은 눈에 음침한 빛이 번뜩였다. “이혼하고 싶으면 내가 널 질려 할 때까지 기다려.” 화가 치밀어 오른 유수진은 한경민의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그러나 유수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챈 한경민은 안색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더니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꽉 움켜잡은 채 거칠게 입을 맞추며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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