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바실리의 은회색 눈동자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적합하지 않다고요? 한예빈 씨는 제가 만난 모든 통역사 중에 가장 뛰어난 분이에요. 뭐가 문제라는 거죠?”
담당자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한예빈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바실리 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한예빈 씨 집안이 좀... 떳떳하지 못한 집안이라서요.”
한예빈은 순간 주먹을 꽉 쥐었고 그 탓에 손 마디가 하얘졌다.
그녀는 한기가 등을 타고 올라오는 걸 느끼면서도 애써 정중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능력과 제 집안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흠.”
담당자는 과장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도둑의 딸이자 도둑의 여동생인 한예빈 씨가 정말로 이렇게 중요한 협상을 책임질 수 있나요?”
상대측 통역사가 담당자의 말을 바실리에게 번역해 주었다.
바실리는 순간 묘한 표정으로 한예빈을 바라보았다.
한예빈은 화가 나서 몸이 덜덜 떨렸다.
“저희 아버지도, 오빠도 도둑이 아니에요!”
한예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앞에 아버지의 피범벅이 된 시신과 오빠가 경찰에게 끌려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담당자는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한예빈 씨 아버지는 도둑이 맞아요. 주 회장님의 연구 성과를 훔쳐서 기성 테크를 발전시켰으니까요.”
담당자는 경멸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라고, 한예빈 씨 오빠도 주 회장님 딸인 주태영 씨의 연구 성과를 가로챘잖아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한예빈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분노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한예빈 씨 아버지가 왜 투신자살을 했겠어요? 벌받기가 무서워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한예빈 씨 오빠의 사건도 판결을 뒤집을 수 없으니까 그냥 포기해요. 그런 사기꾼은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죠! 한씨 가문 사람들은 다 도둑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예빈 씨도 도둑일지 모른다고 의심되네요.”
한예빈은 분노 때문에 이성을 잃었다.
그녀가 술잔을 들어 담당자의 얼굴에 술을 끼얹으려고 할 때 상대가 먼저 선수를 쳐서 그녀의 얼굴에 술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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