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노수환은 느긋한 어조로 계속 말을 이었다.
“예쁘게 입고 와. 그분만 기분 좋게 해주면 네 딸 곁에 보디가드 24시간 붙여주고 국내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를 소개 해주지.”
“감사합니다, 노수환 씨.”
통화가 끝나자 한예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손에서 힘이 빠진 핸드폰이 툭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창밖에는 유난히도 창백한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었다. 모든 걸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처럼.
그녀는 조금 전 문 앞에서 고집스럽게 서 있던 강윤오의 모습을 떠올렸고 자신과 가자던 그의 단호한 눈빛을 떠올렸다.
6년 전 그가 한예빈을 버리고 떠날 때 그녀가 이렇게까지 추락할 거라고는 아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눈물이 다시 시야를 흐리게 했다.
한예빈은 무릎을 끌어안고 팔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얼룩으로 가득한 더러운 창을 통과한 달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어 벽에 그녀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종잇장처럼 얇고 초라한 그림자였다.
...
명산힐스 7동 최상층.
강윤오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막 팔의 상처를 치료한 참이라 소독약이 스며들어 타는 듯한 통증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붕대 아래의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고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윤오?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이야?”
고민준의 목소리는 느긋했고 그 뒤로 유리잔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하나만 조사해 줘.”
강윤오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주경 그룹.”
그러자 전화기 너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미쳤어?”
고민준은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주경 그룹은 지금 기세가 한창이야. 신약도 곧 출시할 텐데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인간들을 건드린다고?”
강윤오는 창밖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곳은 한예빈이 사는 낡은 동네가 있는 방향이었다.
“너한테 방법이 있는 거 다 알아.”
“혹시 한예빈 씨 때문이야?”
“...아니.”
강윤오는 무의식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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