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빛이 피아노의 광택이 나는 표면 위로 떨어지고 한예빈의 손끝이 건반 위에서 우아하게 뛰놀고 있었다.
선율이 가장 부드러운 대목에 이르렀을 때 갑작스러운 살을 에는 냉기가 덮쳐왔다.
핏빛에 가까운 붉은 액체가 악의 어린 폭포처럼 쏟아져 정확히 한예빈의 가슴과 치맛자락 위로 퍼졌다.
값비싼 실크 드레스는 순식간에 젖어 더럽혀졌고 몸에 달라붙어 놀라 굳어버린 그녀의 실루엣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음악은 뚝 끊겼고 수많은 시선이 스포트라이트처럼 한곳에 집중됐다.
“어머!”
임희서는 입을 가리고 놀란 척했다.
“이거, 한예빈 씨 아니에요? 여기에는 어쩐 일이죠?”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노 대표님이 이젠 한예빈 씨를 밖에 내보내서 이런 재롱잔치나 떨라고 했나 봐요?”
한예빈은 온몸이 얼어붙은 채 가만히 있었고 손가락이 아직 건반 위에 굳어 있었다. 레드와인이 머리칼을 타고 떨어져 매끈한 피아노 덮개 위에서 작은 물방울을 튀겼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속에서 치솟는 분노를 억눌렀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안 돼.’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어.’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한예빈이 아니었다.
한때는 술을 끼얹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거슬리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그 자리에서 상을 뒤엎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시절의 그녀에겐 배짱도, 가문도, 그리고 말없이 늘 뒤에 서서 모든 비바람을 막아주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그녀가 지켜야 할 딸과 오빠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날 선 모서리는 삶이라는 숫돌에 깎여 나가 먼지처럼 낮아져 있었다.
“아아...”
임희서는 일부러 말꼬리를 늘리며 악의적으로 그녀를 훑어봤다.
“설마 노 대표님한테 차인 건 아니겠죠? 이제 당신은 예전의 한예빈도 아닌데, 이 얼굴 말고 값나가는 게 뭐가 있어요?”
그녀는 갑자기 한예빈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이 옷은 또 어느 남자가 사준 거예요?”
“임희서 씨.”
한예빈의 목소리는 깃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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