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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예빈은 순간 몸이 굳었지만 이내 격렬히 저항하며 자신의 허리를 잡은 강윤오의 손을 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 탓에 한예빈의 손톱이 강윤오의 살갗을 파고들 것만 같았다. “움직이지 마.” 강윤오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며 한예빈의 예민한 목 언저리에 대고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순간 한예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위험해.” 한예빈은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지만 강윤오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6년 만이네.” 강윤오는 한예빈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위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내가 예전에 뭘 하던 사람이었는지 잊은 건 아니지?” 버둥거리던 한예빈이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가 잊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한때 총탄이 빗발치는 곳에서 그녀를 구한 강윤오는 위험을 굉장히 잘 감지했다. 갑자기 정전이 된 건 그 사람들 때문인 걸까? 한예빈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오빠와 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협소한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한예빈의 숨소리에서는 분노와 불안이, 강윤오의 숨소리에서는 자제와 뜨거움이 느껴졌다. 한예빈이 더 이상 저항하지 않자 강윤오는 티 나지 않게 가까이 다가가서 높은 콧대로 한예빈의 머리카락을 살짝 문질렀다. 그가 기억하던 향수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은근히 달콤한 향기가 그의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한예빈의 허리에 둘린 그의 팔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마치 그녀를 자신과 한 몸으로 만들려는 듯이 말이다. “이거 놔요!” 정신을 차린 한예빈이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그러나 강윤오는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한예빈의 몸을 뒤집으며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너 원래 이런 일 하는 거 아니었어요? 비록 나는 노수환 씨가 아니지만 나도 못나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이렇게 질색할 필요는 없지.” “강윤오 씨는 노수환 씨보다 훨씬 못해요!” 한예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노수환은 사람의 마음을 갖고 놀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뜬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아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사람을 고용했다. 강윤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갑자기 한예빈의 턱을 쥐면서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가 뭐가 못한데? 한 번 말해봐.” 한예빈은 그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강윤오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고 날 선 어투로 말했다. “쓰레기 따위가 보석이랑 비교될 자격은 없죠.” “한예빈!” 강윤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한예빈의 턱을 쥔 그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으나 손에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한예빈은 순간 겁이 났지만 고집스럽게 그의 손가락을 떼어내면서 말했다. “놔요!” 강윤오는 한예빈이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싫은 걸까? 얼마나 싫으면 쓰레기에 비유하는 걸까? 강윤오는 한예빈 때문에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났다. “그래. 나 쓰레기야.” 강윤오는 갑자기 한예빈을 놓아주더니 그녀의 빨개진 턱을 손가락으로 쓸면서 말했다. “그러면 너는 뭐야? 젊은 나이에 멀쩡한 일을 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니까...” 강윤오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순식간에 창백해진 한예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혼이나 당하지.” 그 말은 비수가 되어 한예빈의 마음을 찔렀다. 한예빈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게 강윤오 씨랑 무슨 상관이죠?” 강윤오는 기회를 틈타 그녀에게 재혼했냐고 물을 생각이었는데 타이밍 좋지 않게 고민준이 휴대폰 라이트를 들고 다가왔다. “강윤오, 여기 있어?” 한예빈은 그 틈에 강윤오를 밝은 곳으로 밀어내며 화가 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정말 여기 있었네.” 고민준은 깜짝 놀란 얼굴로 계속해 물었다. “네가 차단기를 내린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강윤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민준을 바라보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헛소리라니. 너 오늘 진짜 이상해...” 고민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의 조명이 갑자기 켜졌다. 고민준은 고개를 들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정말 네가 그런 거 아니야?” 강윤오는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고민준을 바라보았다. 고민준이 조금 더 다가가서 한예빈을 볼 뻔했을 때, 강윤오가 갑자기 몸을 비틀며 고민준의 시야를 막았다. “왜 계속 여기 서 있는 거야? 돌아가야지.” 고민준은 어리둥절했다. “전기 들어왔잖아.” 강윤오가 덧붙였다. 고민준은 그제야 조금 전까지 사건을 논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가자.” 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돌렸다. 강윤오는 떠나기 전 한예빈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노수환 씨랑 거리 둬.” 한예빈은 멀어지는 강윤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강윤오에게 달려들어 한 대 갈기고 싶었다. 강윤오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한예빈은 더 이상 6년 전 그의 손에 놀아나던 그 순진한 한예빈이 아니었다. 그녀는 변했다. 지금의 한예빈은 최대한 빨리 1억 2천만 원을 모아 병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한여음을 구해야 했다. 그녀는 강윤오의 말 때문에 노수환을 멀리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한 걸음 내디뎠으니 끝까지 버틸 것이다. 한예빈은 감정을 추스른 뒤 몸을 돌려 이지원을 찾아갔으나 이지원은 그녀를 찾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한예빈은 그제야 고민준이 난처해하던 자신을 도와주었음을 깨달았다. 무엇 때문일까? 그녀는 고민준과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말이다. 설마 강윤오 때문인 걸까? “하...” 한예빈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자신을 비웃었다. 그녀는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 이때 노수환과 강윤오 일행은 이미 얘기를 마친 상태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수환은 한예빈을 보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간 줄 알았는데.” 한예빈은 강윤오의 섬뜩한 눈빛을 뒤로한 채 입꼬리를 올리며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요. 매니저님께서 몇 가지 당부하시느라 부른 거더라고요.” “잘됐네.” 노수환은 자연스럽게 한예빈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나도 얘기 마쳤는데 나랑 같이 갈래?” 허리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한예빈은 몸이 굳었지만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노수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두 변호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강 변호사님, 고 변호사님. 이 사건은 두 분께 부탁드릴게요.” 강윤오는 악수를 하면서 노수환의 손이 부러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힘을 조절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노수환이 정중하게 말했다. 강윤오는 대꾸하지 않고 한예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고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즐거운 밤 보내시고요.” 노수환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한예빈의 허리를 감싸안은 채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떠난 뒤 강윤오가 고민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즐거운가 봐?” “뭐가?” 고민준은 난데없는 시비에 어리둥절해졌다. “겨우 사건 하나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즐거워?” 고민준은 그제야 강윤오의 의도를 깨닫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윤오, 대체 한예빈 씨랑 무슨 사이야?” 강윤오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잠깐만 기다려. 예빈 씨가 좋으면 그냥 솔직히 얘기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안 좋아해!” “안 좋아하면서 왜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아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던데.” “난 한예빈을 증오해.” 강윤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는 6년 전 그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가 집으로 돌아간 사이에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한예빈이 증오스러웠다. 그녀의 웨딩카를 막아섰을 때 강윤오는 한예빈의 사람 때문에 바닥에 쓰러졌었고 당시 한예빈은 그에게 꺼지라고 했다. “뭐?” 고민준이 더 물으려는데 강윤오는 이미 저 멀리 걸어갔다. 바 앞에서 강윤오는 액셀을 힘껏 밟았고, 그의 차는 쏜살같이 튀어 나가며 노수환의 차를 뒤따라갔다. 고민준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구는 강윤오의 모습에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손잡이를 꽉 붙잡고 말했다. “강윤오, 미쳤어? 우리는 변호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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