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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한예빈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귀찮게 했나 봐?” 강윤오의 물음에 한예빈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요. 방금 제 태도가 좋지 않았던 제 개인적인 일 때문이었어요.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 강 변호사님, 화내지 마세요...” 사과하는 데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오빠를 만날 수만 있다면 고개를 조금 숙이는 게 뭐가 대수일까. 지난 6년 동안 그녀는 이미 어떻게 낮춰야 하는지 충분히 배웠다. 전화기 너머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낮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예빈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은 채 숨을 죽이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강윤오는 그녀의 태도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는지 마침내 답했다. “오늘 오후 6시. 회사 앞에 차가 갈 거야.” 그 순간 한예빈은 온몸이 얼어붙었다가 이내 거대한 기쁨에 잠겼다. 드디어 오빠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 달도 다음 주도 아니라 바로 오늘이었다. 흥분한 탓에 한예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 변호사님. 꼭 제시간에 퇴근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도 한예빈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이 소식을 정은서에게 전했다. “은서야, 방금 통화 들었지? 나 오빠 보러 갈 수 있게 됐어.”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덧붙였다. “너도 나랑 같이 갈래? 이런 기회 흔치 않아.” 정은서의 몸이 순간 굳었다. 빵을 쥔 손가락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피로가 짙게 내려앉은 눈동자에 일순 복잡한 감정이 스쳤으나 그녀는 결국 예전처럼 도망쳤다. “아니, 너 혼자 가. 난 집에서 좀 쉬고 싶어.” 한예빈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왜 계속 피하려 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치기만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기엔 정은서의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한예빈은 결국 한숨 섞인 말로 대신했다. “그래. 푹 쉬어. 내가 대신 오빠한테 안부 전할게.” ... 해 질 무렵. 노을이 교도소의 차갑고 높은 담장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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