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정은서는 한예빈이 눈치 보며 시선을 피하는 걸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밥 먹으러 오는 게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지, 왜 고수로 암살하려고 해? 이렇게까지 넣으면 일부러 젓가락 못 들게 하려는 거잖아.”
한예빈은 더 난감해졌다.
“여음이가 꼭 데려오겠다고 해서 막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방법밖에 없었어...”
“여음이가?”
정은서의 미간이 단숨에 좁혀졌다.
“여음이가 강윤오 씨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맞아.”
한예빈은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이렇게 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분명 전에 알지도 못했는데 첫 만남부터 유독 좋아했다.
“이게 핏줄의 끌림이라는 건가.”
정은서는 참지 못하고 거실 쪽을 힐끗 봤다. 강윤오는 한여음과 놀아 주고 있었고 한여음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럴지도. 너는 일단 상부터 차려줘. 난 반찬 하나만 더 할게.”
방금 강윤오가 크게 도와줬는데 밥상에서 정말 손도 못 대게 만드는 건 한예빈도 조금 미안했다.
“고수는 이제 그만 넣어. 손님이잖아.”
정은서가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음식을 들고 나갔다.
한예빈은 체념한 얼굴로 작은 냉장고에서 시금치를 꺼냈다.
‘시금치 무침이면 그래도 먹겠지.’
상이 다 차려지자 작은 식탁이 꽉 들어찼다.
한여음은 신나서 손뼉을 치며 강윤오에게 밥 먹자고 재촉했다.
하지만 강윤오의 시선이 상을 훑다가 분명히 멈칫했다.
채소볶음 위에는 고수가 빽빽하게 박혀 있었고 갈비찜 소스에도 초록 점들이 둥둥 떠 있었다. 심지어 생선조림 위에도 고수 조각이 둥글게 둘러 뿌려져 있었다...
유일하게 이 분위기에서 따로 노는 건 한예빈이 급하게 만든 시금치 무침 한 접시였다. 그것만 덩그러니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고수 박람회라고 불러도 될 점심상에 강윤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희미하게 웃기까지 했다.
“별일이네.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내가 뭘 싫어하는지 아직 기억하네.”
강윤오는 다시 식탁 가득한 고수를 훑어보며 말끝에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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