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다음 날, 며칠 밤을 연속으로 새운 심은지는 결국 지각했다.
그녀는 차를 몰고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심코 옆을 스캔했지만 익숙한 컬리넌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기다리다 떠난 건지 아니면 아예 오지 않은 건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얼굴이 새하얘졌다.
어느새 강우빈에게 이렇게까지 의존하게 된 건지 생각할수록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결국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 고아린에게 최근 프로젝트들을 가져오라고 했다. 바쁜 일정으로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려 했다.
하지만 겨우 30분도 채 되지 않아 휴대폰에 한서연이 보낸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과 함께 꾸며낸 메시지도 도착했다. 자기가 잠깐 출장을 가는 거여서 배웅을 안 해줘도 된다고 했는데 강우빈이 굳이 아침 일찍 강은우와 함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걱정된다며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줬다는 것이었다.
심은지는 메시지와 함께 도착한 사진을 차갑게 응시했다.
익숙한 차 안에서 강우빈이 운전에 집중하고 있고 뒷좌석 아동용 카시트에는 강은우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반짝이는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고 그의 어깨에 다정히 올려져 있었다.
한 줄기 햇살이 차창을 지나 이 장면을 더욱 따뜻하게 비췄다.
곧이어 한서연의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강은우가 자기를 안 놓고 울기만 해서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새로운 사진이 도착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주차장에서 강은우가 한서연의 다리를 꼭 껴안고 있었고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쾅 소리와 함께 심은지는 핸드폰을 책상 위로 세게 내리쳤고 손가락은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강우빈이 오지 않은 거였다.
새로운 연인을 배웅하느라 바빠서 자신 같은 옛사랑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는 강우빈의 옛 연인 정도의 존재감도 없다고 여겼다.
배 속에 그의 아이 둘이 있지 않았다면 이미 완전히 잊혔을 거다.
심은지는 가끔 자신이 참 한심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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