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심은지는 인파 속에서도 단번에 강우빈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의 곁에 나란히 서 있는 한서연 또한 눈에 들어왔다.
‘이런 자리까지 한서연을 데려오다니... 도대체 얼마나 아끼는 거야?’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여자를 버젓이 대동한 그의 뻔뻔함에 심은지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한 목소리가 홀 안을 울렸다.
심은지는 심종훈의 팔짱을 끼고,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오랜만이구나, 은지야. 그동안은 해외에서 공부한 거니?”
“심 회장님, 정말 복이 많으십니다. 이렇게 훌륭한 따님을 두시다니요.”
“감사합니다, 준호 아저씨. 너무 칭찬만 해주시면, 제가 민망해요.”
그녀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스럼없이 어른들과 어울리는 그녀의 여유로운 태도는, 파티의 중심을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옮겨놓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집요하게 꽂혀 오는 눈길이 있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 시선의 주인이 강우빈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런데 고개를 드는 순간, 또 다른 시선이 마주쳤다. 한서연이 무너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 내가 한성 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이.’
심은지는 단 한 번 눈길을 던지고는, 곧바로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
잠시 후, 심은지가 화장실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은지야. 너...”
강우빈이 길을 막아섰다.
그의 입술은 몇 번이고 달싹이다 멈추었다.
“우리 사이엔 분명 오해가 있어. 시간을 조금만 주면 다 설명할 수 있어.”
오늘의 심은지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맞춤 제작된 새하얀 드레스는 그녀의 곧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를 완벽히 감싸며, 우아한 곡선을 부드럽게 드러냈다.
은은한 조명이 드레스를 타고 흘러내리자, 마치 한 송이 백합이 홀 안을 밝히는 듯한 기품이 풍기었다.
“강우빈, 오늘은 내가 공식적으로 신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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