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임신했을 뿐이지, 괴물로 변한 것도 아닌데. 괜찮을 거야.’
심은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는 이미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현아는 휴대폰을 붙잡고 재빨리 메시지를 입력했다.
[대표님, 임신부는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평소와 전혀 다른 입맛이나 취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풀 내음 나는 양말’이고, 다른 임신부들은 레몬, 두리안, 심지어 방귀 냄새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어요. 완전히 개인차입니다. 그리고... ‘화풀이용 인간 방석’은 대표님이 직접 사진을 찍어 주시면 됩니다. ‘맞아야 한다’는 설명은 못 본 척해 주세요. 대신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을 주면, 기분 나쁠 때 화풀이하는데 딱 맞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진짜 사람을 때릴 순 없잖아요.]
메시지를 확인한 강우빈은 순간 얼이 빠졌다. 곰곰이 떠올려 보아도, 과거 심은지가 임신했을 때 이런 괴상한 취향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일까? 아니면 현아 씨가 지나치게 엉뚱한 걸까?’
결국 그는 ‘일단 최고급으로 모두 주문해 본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효과가 있든 없든, 시도해 보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사진이었다.
강우빈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을 향해 렌즈를 맞췄다.
화면 속에는 굳게 다문 입술과 깊게 찌푸린 눈썹이 담겨 있었다.
찰칵, 찰칵.
셀카 몇 장을 찍은 그는, 인화를 맡겨 곧 심은지에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____
그 사실을 모른 채, 심은지는 오후에 접견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때 로비 직원이 급히 들어와 임지현을 불렀다.
“대표님 앞으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임지현은 상자를 들고 올라와 먼저 열어보았다. 혹시 위험한 물건이 들어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였다.
뚜껑을 열자, A4 용지만 한 크기의 사진이 수십 장 쏟아져 나왔다. 모두 강우빈이 찍은 셀카였다.
이십 년 넘게 심종훈 밑에서 일해 온 임지현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정말 시대에 뒤처진 건가? 아직 쉰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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