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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몸을 돌리자 흰색 롱원피스를 입은 임유정이 내 뒤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정성껏 화장을 한 것으로 보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차 싶었다. 조금 전 내가 신정훈의 행적을 흘려줬다는 걸 깜빡한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그녀가 있는 것도 아마 신정훈을 기다리기 위한 것일 터였다. 방금 그녀에게서 6억을 받아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괜히 기분이 좋아진 나는 웬일로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날 노골적으로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돌아올 줄은 몰랐어.” 임유정이 성큼 다가와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귓가에 바짝 붙어 낮게 내뱉었다. “기분이 좋아? 이시헌 마음속에는 이제 너밖에 없잖아. 그 사람은 날 버렸고 아빠도 결국 나를 후계자로 선택하지 않았어.” 순간 좋았던 기분이 깨끗하게 가셔 나는 미소를 거두고 한 걸음 물러섰다. “임유정, 예전에도 말했잖아. 네 것이 아닌 거에는 애초에 손대지 말라고.” 로즈파는 원래 외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아버지는 고작 대리인에 불과했고 진짜 주인은 나와 어머니였다. 그래서였다. 내가 그 포기 각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아버지가 감히 임유정을 후계자로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 말이다. 그는 그 결과를 감당할 배짱이 없었다. 수십 년을 로즈파의 수장으로 군림했어도 그의 본성은 여전히 장인에게 기대야 했던,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간 그대로였다. 심지어 지금 가장 사랑한다는 첫사랑과 그 딸에게조차 이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을 만큼. 임유정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 것이 아니라고? 왜? 나도 아빠 딸이잖아! 이시헌도 원래는 나를 사랑했어! 너를 가지고 놀려고 접근한 거였다고! 그런데 결국에는 너한테 진심이 생겨서 널 사랑하게 된 거잖아! 왜 네 그 빌어먹을 엄마랑 같이 사라지지 않았어?! 심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서 왜 굳이 로즈파에 남아서 나랑 아빠를 두고 다투는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진실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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