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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거... 무슨 뜻이야?” 한참이 지나서야 갈라진 내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이시헌의 눈빛에 죄책감 같은 것이 잠깐 스쳤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그는 조용히 나를 끌어안고 달래듯 내 등을 두드렸다. “다희야, 말했잖아. 이씨 가문 며느리는 출신이 깨끗해야 하고 너무 튀어서도 안 된다고. 너는 예전에 싸움질이나 하고 다녔고 게다가... 사생아잖아. 평판이나 배경이나 다 좋지 않아. 집안에서는 네가 가문의 규율을 망칠까 봐 걱정하고 있어. 그분들이 너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 그러면서 그는 마치 시혜를 베푸는 사람처럼 내 손에 펜을 쥐여 주었다. “다희야, 여기 사인만 하면 올해 추석에는 너 데리고 이씨 가문에 들어갈게.”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고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시헌과 결혼한 뒤로 이씨 가문에서는 수시로 사람들이 찾아와 나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전부 참고 견뎠다. 그가 알면 마음 아파할까 봐, 모든 걸 혼자서 숨겼다. 그의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나는 자존심까지 버리고 나를 모욕하던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그런데 이시헌은 내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굴욕을 무려 3년이나 견디게 했다. ‘임유정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로즈파를 물려받게 하려고 이런 핑계까지 만들어냈다니... 정말 대단하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시헌은 불쾌해진 듯 목소리를 높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다희야, 너는 애초에 사생아야. 후계자가 될 자격 자체가 없다고.” 사생아, 이 말은 내가 너무도 오래 들어온 말이었다. 나는 수없이 이시헌에게 말했었다. 내 어머니는 아버지의 첫 번째 아내였고 배신당했다는 걸 알게 된 뒤에 떠난 거라고. 그럴 때마다 그는 나를 안아주며 절대 우리 아버지 같은 인간은 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시헌은 다시 한번 내 어머니를 모욕했고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기에 진실을 입 밖으로 꺼냈다. “우리 엄마는 상간녀가 아니야. 임유정의 엄마야말로...” “그만해!” 이시헌이 날카롭게 내 말을 끊었다.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임다희! 예전에 네가 유정이 죽을 뻔하게 만들었던 거 기억 안 나? 그래도 유정이는 착하고 대인배라 너를 용서해줬어. 그 뒤로 네가 그렇게 유정이를 괴롭혀도 유정이는 한 번도 너랑 따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한테 널 잘 돌봐달라고까지 했지. 그런데 넌 뭐야? 세상에 내놓을 수도 없는 사생아 주제에 네 것이 아닌 걸 탐내?” ‘이 사람은 날 믿지 않는구나.’ 머릿속에는 그 사실만이 맴돌았다. 내가 믿어왔던 이해와 존중은 그저 나를 계속 속이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었을 뿐이었다. 심장이 떨리는 것 같았고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당신도 포함돼?” 자신이 잘못 말했음을 깨달은 듯, 이시헌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는 다시 미안해하는 얼굴을 하고 부드럽게 나를 끌어안았다. “다희야, 왜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해. 나는 네 남편이야. 당연히 네 사람이지. 다만 지금은 남편한테 사랑받으면서 집에서 편하게 부인 노릇만 하면 돼. 굳이 피비린내 나는 일에 뛰어들 필요 없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네가 유정이한테 빚진 게 있는 건 사실이잖아? 로즈파 일은... 이제 그만 생각해.” 이시헌은 끝까지 나와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그를 밀어냈다. “사인 안 할 거야. 그리고 시헌 씨, 로즈파는 우리 외할아버지가 키워낸 거야. 그건 내 거고 난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아.” 예전의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 나를 속이기 위한 덫들을 전부 진심이라 생각했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위해 너무 많은 걸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었다. 단호한 내 태도에 이시헌은 몹시 화가 난 듯, 합의서를 침대 옆 협탁 위에 세게 내려치며 나를 노려봤다. “임다희,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해줘서 이렇게 자꾸 제멋대로 구는 거지? 아무래도 벌 좀 줘야겠다.” 말을 마치고 이시헌은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부하를 불렀다. “사모님 감시해. 내 허락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반성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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