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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희미한 의식 속에서 이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아, 후계자 자리 빼앗지 못하게 그냥 겁만 줄 거라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심하게 손을 댄 거야?” 곧 임유정의 연약하게 울먹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도 몰라, 시우 오빠... 난 정말 겁만 주려고 했어. 그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아마 다희가 예전에 자기가 후계자라면서 사람들을 막 괴롭혔을 수도 있지. 원한 산 사람이 많아서 이 기회를 틈타 복수한 걸지도...” 이시우가 거의 즉시 받아쳤다. “그럴 리 없어. 다희가 얼마나 성격 좋은 사람인데. 내가 한밤중에 배고프다고 하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야식까지 해 주는 사람이야.”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임유정의 훌쩍이는 소리만 남았다. 한참 뒤, 이시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불쾌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시우야, 네가 그렇게까지 다희를 잘 아는 줄은 몰랐네. 게다가 야식까지 만들어 달라 했다고?” 그러자 이시우는 마치 나와 엮이는 게 두려운 사람처럼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배고파서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한 거야. 그런데 그렇게까지 말 잘 들을 줄은 몰랐지. 어차피 다희는 공짜로 같이 잠자주는 도우미일 뿐이잖아.” 이시헌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만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 다희가 유정이가 한 짓인 거 알아선 안 되니까 현장 깔끔히 처리하고. 그리고 유정이랑 후계자 자리 두고 다투려고 했으니까 이 정도 교훈은 받아야지.” 3년 동안 내가 ‘남편’이라 불렀던 남자, 그리고 3년 동안 매일 밤을 함께 보낸 남자... 그런데 그 둘은 나를 해친 임유정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고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 차라리 내가 아직 기절해 있었으면 좋겠다고, 차라리 아무것도 듣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년 동안 나를 옭아맨 두 남자가 이렇게까지 잔인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식이 또렷해지며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이시우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내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다희야, 드디어 깼네. 미안해.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 다정한 목소리가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처럼 들렸으나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보이는 다정한 모습이 전부 가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시우를 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내 배 속에서 얌전히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동에 이시우는 긴장한 듯 내 손목을 덥석 붙잡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다희야, 너 배... 설마 임신한 거야?” 그 모습을 보자 심장 한쪽이 바늘에 찔린 듯 아려왔다. 그렇게 임신이 두려웠다면 왜 단 한 번도 조심하지 않았던 걸까. 나는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그의 손을 밀어냈다. “아니야. 그냥 요즘 배가 좀 불편해서 그래.” 이시우는 안도의 숨을 내쉰 듯했고 평소와 같이 나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다희야, 오늘 일은 로즈파 원수들이 네가 아직 후계자라 착각해서 벌인 일이야. 후계자가 되는 건 너무 위험해. 앞으로는 얌전히 집에 있으면서 내 아내로 살아.” 그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다정했고 눈빛도 무척이나 진실했다. 조금 전 그 말들을 듣지 못했더라면 정말 그가 나를 걱정하는 거라 믿었을지도 몰랐다. 더는 그 위선적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데도 이시우는 내 어깨를 감싸 쥐고 부드럽게 설득했다. “다희야, 생각이 많다는 건 알아. 하지만 넌 내 아내잖아. 내가 어떻게 내 아내가 다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 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이시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물었다. “정말... 나를 아내라고 생각해?” 나는 일부러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시우의 얼굴에는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으나 곧바로 애틋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럼. 너랑 결혼한 날에 맹세했잖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이에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기대를 담아 말을 꺼냈다. “그럼 난 후계자 자리 포기 못 해. 그리고 오늘 누가 나한테 손댔는지 당신이 밝혀줘. 할 수 있겠어?” 이시우의 얼굴이 거의 즉시 굳어졌다. “다희야, 그 사람들은 내가 이미 정리했으니까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후계자 신분도 반드시 포기해야 해. 이씨 가문 며느리 규칙... 너도 알잖아.” ‘규칙, 규칙, 규칙...’ 이시헌은 그 ‘규칙’이라는 말로 나를 3년 동안 속였고 이시우도 또 그걸로 나를 묶어두려 했다. “그럼 그 이씨 가문 며느리... 나 안 할래.” 나는 그의 팔을 밀어내고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밖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 순간, 이시우가 거칠게 나를 잡아끌어 되돌려 세웠다. 그의 눈은 어느새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다희야,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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