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임유정이 갑자기 문을 열며 들이닥치더니 그대로 나를 들이받았고 나는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미안해, 다희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말리러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임유정은 슬쩍 팔꿈치로 내 배를 세게 찍었다.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며 나는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다희야!”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이시우는 곧장 내 쪽으로 달려왔다.
“괜찮아? 당장 의사 부를게!”
그가 손을 뻗어 호출 벨을 누르려는 순간, 임유정이 상처 자국이 남은 팔을 불쑥 내밀었다.
“다희야,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아. 미워서 꼬집고 때려도 괜찮아. 그래도 난 언니로서 네 곁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그녀가 낮게 흐느껴 울자 이시우는 망설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사실 나 임신...”
하지만 더 커진 임유정의 울음소리에 내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그녀는 내 몸 위로 쓰러지듯 올라타 이시우가 내민 손을 가로막았고 동시에 내 배를 은근히 눌렀다.
“다희야, 날 때리고 욕해도 돼. 하지만 화내서 모두를 걱정하게 하지는 말자, 응?”
통증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기에 나는 도움을 청하듯 이시우를 바라봤다.
그런데 허공에 멈춰 있던 손이 서서히 거둬지며 이시우의 얼굴에 경멸하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유정이 말이 맞아. 겉에 상처 좀 난 것 가지고 뭘 그래? 유정이가 과거 일도 다 넘기고 너 돌봐주겠다고 하잖아. 이제 떼 좀 그만 써.”
임유정은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나를 끌어내려 했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몸부림치며 목구멍에서 소리를 짜냈다.
“아니야... 나 임신했어.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가야 해...”
“뭐라고?”
순간 이시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그의 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임유정은 재빨리 우리 사이에 서서 그가 나를 보지 못하게 막았다.
“다희야, 아무리 화가 나도 임신했다고 거짓말하면 안 되지. 아까 사람들하고 몸싸움할 때는 그렇게 민첩했잖아. 임신한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내 배를 누르는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배에서 올라오는 통증에 나는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아이 생각에, 이시우가 한 번만이라도 믿어주길 마음속으로 빌 뿐이었다.
이시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망설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임유정은 나를 향해 음험한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다시 선한 얼굴로 이시우를 바라봤다.
“나 때문에 다희가 화난 거니까 내가 잘 돌볼게. 정말 임신했다 해도 내가 잘 챙길게.”
“싫어...!”
내가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온 힘을 다해 거부했지만 이시우는 이를 회피했다.
“다희야, 이제 연기 그만해. 유정이는 네 언니야. 예전에 네가 일부러 유정이를 해치려 했을 때도 따지지 않았잖아. 그렇게 착한 사람이면 반드시 널 잘 돌봐줄 거야.”
결국 그는 임유정을 믿었다.
내가 그와 함께 보낸 1095일의 밤보다도, 내 배 속에 그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보다도.
배 위로 가해지는 힘이 갑자기 더 세졌다. 그리고 임유정이 내 귀에 바싹 다가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임다희, 아무도 네 말을 안 믿네?”
그 순간, 더 이상 버틸 힘이 사라졌다.
아버지도 사랑했던 사람도, 마치 임유정의 앞에서는 모두가 나를 버리기로 약속한 것 같았다.
“시우 씨.”
완전히 끌려가기 직전, 나는 낮게 말했다.
“내가 임신했다는 걸 못 믿는 거야, 아니면 믿고 싶지 않은 거야?”
“헛소리하지 마!”
이시우는 분노한 얼굴로 돌아섰다.
나는 떨리는 그의 손끝을 보며 오히려 웃고 말았다.
“당신은 정말 겁쟁이야.”
이시우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이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신을 이시헌이 아니라 이시우라 불렀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아랫배가 꺼지며 내 몸에서 무언가가 사라져 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공포에 질려 배를 움켜쥐었으나 아래로 피가 흘러내렸다.
고작 석 달 동안 내 안에 머물렀던 작은 천사마저 나를 떠나려는 것이었다.
눈을 감자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시헌, 이시우. 난 두 사람을 정말 증오해. 절대로, 다시는 둘 다 용서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