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장
정월 초열흘날 이소현은 사무소로 출근했다.
출근 첫날인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맞춤형 복장에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을 손에 들고 있는 허경선은 하이힐을 밟으며 이소현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문이 열려 있었던 탓에 허경선은 노크도 하지 않고 발을 들였다.
통화 중이었던 이소현은 허경선이 눈에 들어오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여기에서 마무리하는 걸로 하죠.”
허경선은 어르신들처럼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더니 이소현의 사무실을 훑어보았다.
“공간도 좁네. 이런 걸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나?”
이소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여긴 왜 왔어?”
허경선은 입꼬리를 올렸다.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내가 여기에 투자했거든. 다시 말하자면 난 여기 사무소 투자자 중 한 명인데다 당신 상사라는 거지.”
이소현은 전혀 놀란 기색이 하나 없었다.
“그래서?”
허경선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시치미 떼지 않을게. 이소현, 내가 너 싫어하는 거 알지?”
이소현은 물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그래? 나도 너 싫어.”
“하.”
허경선은 개의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할머니 말대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언변이 좋아. 그래 봤자 내 앞에서만 나댈 수 있잖아. 예전에는 네가 우리 오빠 약혼자라 언니라 불러줬더니 정말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허경선은 의기양양한 자태를 풍기며 비아냥거렸다.
“너 아직 모르지? 할머니가 오빠 맞선 봐주고 있어. 너하고 오빠는 이제 미래가 없단 소리야.”
심장이 찔린 듯한 이소현은 손동작을 멈추었다.
다만 허경선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다.
이소현은 고개를 쳐들고 대범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오빠한테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넌 그 집에서 감히 이상한 행동을 못 할 거잖아. 안 그러면 진작에 쫓겨났을 거 아니야.”
허경선은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네가 알면 뭐 어쩔 건데? 지금 가서 말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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